마침내 그가 돌아왔다. 30개월만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저축은행 비리 연루 혐의로 부당하게 파면당했던 김광수(56)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주인공이다. 정통 금융관료로서 탄탄대로를 달려온 그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비리와 관련, 공명심에 사로잡힌 검찰의 과잉수사 덫에 걸려 강압적으로 옷을 벗어야 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혐의로 현직에서 체포된 후 1심에서 유죄를 받아 파면돼 경제관료로서 최대의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2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며, 10월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지었다.
그는 이후 복직을 신청해서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복직을 결정했다. 그동안 잃어버린 3년간의 공백을 생각하면 금의환양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검찰의 부당한 기소에 대해 대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명예는 회복된 셈이다.
그가 맡은 복귀의 첫 업무는 금융위 증선위원. 현재 인사와 관련한 임명절차를 밟고 있다. 증선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그는 당초 임기가 만료된 조준희 기업은행장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경쟁자들의 견제로 인해 금융위로 방향을 틀었다.
모 신문에서 파면됐던 경제관료가 곧바로 국책은행장 자리를 맡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그동안 부당하게 구속된 것도 억울한 데, 이런 식의 악성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서운했지만, 이것도 다 잊어버렸다고 했다.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장 자리는 쳐다보지도 않겠다.” 그는 “증선위원도 할 일이 워낙 많아서 열심히 관련 업무를 공부중”이라고 했다.
복귀의 변은 소담했다. 국민의 공복으로 일하는 자리는 소리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행보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소리안나는 복귀는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변 전 국장은 금정국장 시절 뱅크런 위기에 몰린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매각했다는 의혹을 받아 구속되는 등 수난을 겼었다. 이후 1심에서 대법원까지 소송을 통해 무죄로 풀려나면서 검찰의 과잉수사에 대해 쓴소리를 한 바 있다. 그는 지금 보고펀드를 운영하면서 동양생명 등을 인수하는 등 금융계의 인수합병 큰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통 재무관료가 재직시의 비리의혹으로 구속됐다가 무죄를 받은 케이스는 변 전국장과 김 증선위원 내정자 등 2명에 불과하다.
김 내정자는 그동안 엄청난 고난과 환란을 다 마음에 품고서도 “앞으로 금융시장 발전과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분노는 다 접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그가 불의의 체포를 당한 것은 부산저축은행 경영자가 광주일고 출신인 점이 화근이었다.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금융관료 중 광주일고 출신을 샅샅히 뒤지면서 그에게 화마가 닥쳤다.
이명박정부와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등 숱한 저축은행들이 부실대출과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 등으로 자기자본이 급락하고, 예금지급마저 불능 사태에 이르러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확산되면서 희생양 찾기에 나섰다.
장래가 촉망받던 김 내정자가 광주일고 금융관료 찾기의 수사망에 걸려 낙마한 것이다. 당시 혐의만 사지 않았으면 국가를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처럼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고, 조선 해운 건설 등 불황업종의 경영난과 금융권 부실대출 확산등이 문제가 되는 점을 감안하면 김 내정자 같은 유능한 금융소방수가 시급한 실정이다. 지금 금융팀을 이끌고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정찬우 부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등이 전문 소방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공백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마음의 화도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한 것도 소중한 소득이란다. 지나긴 수감 생활과 이어진 소송기간에 300여권을 독파했다. “어려운 시절에 읽은 방대한 독서량이 가장 큰 자산이다.”
가장 감명받은 것은 <부다의 뇌>. 부처님의 뇌를 뇌과학자가 분석한 책으로 어떻게 해야 마음의 평안을 얻는가를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뇌란 마음의 상태를 조각한 물질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뇌에 긍정의 조각이 만들어지고,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뇌가 부정적으로 조각된다는 것이다. 미워하는 생각을 갖게되면 미워하는 뇌가 발달하는 곳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결국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전쟁 등 다양한 환경에서 온갖 인간 군상들의 원형을 묘사한 것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천체물리학자가 쓴 <평행우주론>도 천체물리학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해 분석한 책으로 우주의 신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았단다.
인간으로선 다시는 경험하지 힘든 고난을 겪는 그는 더욱 성숙해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의 얼굴은 밝았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해맑은 동안(童顔)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실물경제가 썰렁하고, 금융시장마저 요동치는 위기상황에서 그의 뛰어난 소방수 실력과 구조조정 솜씨가 발휘되길 기대해본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