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20대 총선에서 적용할 '공천룰'을 둘러싼 내부 파열음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7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전날 발표한 20대 총선 공천룰에 대해 "선거를 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지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간간히 책상을 내리치며 이같이 언급, 격분을 표했다고 이장우 대변인 등이 전했다. 

그는 "상향식 공천은 나 김무성 개인의 뜻이 아니고 의총과 최고위와 전국위 등에서 결정된 사안인데 공관위 내부에서도 합의가 안된 (이 위원장) 개인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우선추천지역 선정 방침'에 대해 "이를 시정하든지 공관위를 해체하든지 하라"고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 대표는 추후 의원총회를 소집해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뜻도 밝힌 뒤 이 위원장에 대해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며 10여분에 걸쳐 강도 높게 비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공개회의에서도 이 위원장을 겨냥 "우리가 국민에게 수백 번 약속한 국민공천제는 절대 흔들릴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며 "누구도 그 틀을 흔들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서 "당내 경선과 공천 과정부터 선거운동까지" 상향식 공천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김 대표의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경선으로 지역구 공천 후보를 가려내자는 '김무성표' 상향식 공천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날 같은 자리에서 나왔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회의에서 "당이 사회적으로 덕망과 역량 있는 인재를 적극 영입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우리 당의 외부인재 흡수체계는 자율적 응모에 의한 상향식 공천 방식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향식 공천은 지역사회 저변으로부터 참신한 인력들을 영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이 제도가 후보 간 경쟁에 치중된 점을 들어 "'험지'논란 등 우리 당내에서 불협화음마저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분야별로 놓치기 아까운 유능 인력 영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 부의장은 또 "우선추천지역을 중심으로 중앙 차원이나 지역 차원에서나 당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영입도 적극 추진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지역별 공천 인력에 대해 당 차원에서 어느정도 교통정리를 해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공천으로 돌아가자는 뜻은 아니"라며 "후보간 경쟁에만 맡기지 말고 분야별로 저명하고 전문성 있는 인재들을 영입해 시대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확충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선거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승리는 더 중요하다"고 공천 원칙의 변화를 요구했다.

이같은 정 부의장의 발언을 두고 김 대표는 "왜 이러십니까"라고 면전에서 비판했으며 김을동 최고위원이 "누구를 인재영입하겠다는 것이냐"며 가세했지만 정 부의장은 침묵으로 응수했다. 권성동 의원 역시 회의 후 퇴장하는 정 부의장에게 강력히 항의했지만 정 부의장은 별 말 없이 자리를 떴다.

김 대표와 당내 투톱을 이루는 원유철 원내대표도 당헌당규상 우선추천·단수추천제가 명시된 점을 들어 김 대표의 주장과 사실상 궤를 달리 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 앞서 C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헌당규엔 후보를 공천하는 기준이 여럿 있다. 거기엔 단수추천도 우선추천도 있다"며 "이 위원장이 우선추천·단수추천을 하겠다는 것도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가 말하는 상향식 공천은 우리 당헌당규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을 우리 당과 국회의 일꾼으로 사심을 버리고 영입하고 추천하는지가 중요한 것이지, 그런 것 갖고 싸울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원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이같은 발언이 김 대표의 주장과 배치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당이 새로 정한 공천룰이 반영된 당헌당규에 따라 공천하면 되지 싸울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얘기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우리 당은 새로 공천룰을 만들어 당헌당규에 반영했고 그것을 따라 공천, 좋은 경쟁력 있는 분들을 우리가 추천하면 된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총선을 승리한다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공천 룰 논란이 지속돼 의총까지 소집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글쎄. 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앞서 이 위원장은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광역시도별 1~3개 우선추천지역 선정 ▲후보간 여론조사 경선 방식 미합의시 국민 100% 경선 실시 ▲현역의원 컷오프를 위한 부적격자 심사 강화 등 총선 공천 방침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