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4일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ISA) 공식 출시를 앞두고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의 시장 선점을 위한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ISA는 1인1계좌만 허용되는데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에도 일임형 ISA를 허용하면서 증권사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지점수나 인력에서 은행권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협회가 회원사들과 함께 ‘증권사와 이사(ISA)하라’는 제목의 TV 광고를 지난 12일부터 시작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약 20초 분량의 이 광고는 ISA를 발음이 나는 대로 친근하게 ‘이사’로 바꿔 부르면서 ISA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금융투자업계에 비하면 막대한 광고비용을 쓰는 은행권에서는 아직도 개별사나 은행연합회에서 전혀 광고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증권사가 ISA 시장을 선점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이 광고는 연인으로 나오는 외국인 남녀모델 중 여자가 ‘전문가와 함께 할 거에요~’라는 대사와 함께 남자를 떠나는 내용이다. 투자일임업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은행권을 은근 꼬집는 설정이다. 은행권은 투자일임업 경험 인력이 거의 없어 예정대로 일임형 ISA를 내놓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광고가 불과 2주 만에 제작됐다는 점. 황영기 금투협 회장이 증권사 사장단 모임에서 제안해 급속도로 만들어졌다. 황 회장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ISA를 이사로 바꿔 부르는 것도 황 회장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2월 출범한 금투협이 회원사와 공동으로 TV 광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고비용은 제작비와 매체집행비용은 포함해 총 18억원이 들었다. 이 중 금투협이 5억원을 나머지 13억원은 21개 증권사가 분담했다. 광고는 ISA가 출시되는 다음달 14일까지 나갈 예정이다. 금투협은 TV뿐 아니라 지하철 승강장(동영상), 버스정류장(포스터), 모바일 등에 이 광고를 내보내 적극적으로 고객의 증권사 ISA 계좌개설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금융투자업계는 ISA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1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을 조기에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일임형 ISA를 놓고 은행권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라는 판단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ISA’ 문구가 들어간 광고가 39건이나 심사 요청이 들어왔다. 현대증권은 광고모델 다니엘 헤니를 내세워 ‘현대증권으로 이사(ISA)하세요’라는 내용의 슬로건을 내걸었다.
금투협 관계자는 “금투협 광고가 개별 증권사 광고와 높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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