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인수 자문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실사에 돌입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이날 PwC삼일회계법인을 회계 자문사로, 법무법인 세종을 법률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현대증권 인수 참여 준비를 위한 자문단을 확정했다.
앞서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12일 현대증권 매각 절차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뒤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사 작업을 준비해왔다.
한국금융지주는 자문단이 확정됨에 따라 곧바로 본격적인 실사에 나설 방침이다.
역시 이미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KB금융도 인수 자문단을 꾸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KB금융은 모건스탠리와 딜로이트 등으로 구성된 인수 자문단을 조만간 확정해 현대증권 실사에 돌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곳은 인수의향서를 내면 바로 실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고려해 마감일(29일)을 2주 이상 앞두고 의향서를 제출한 만큼 실사 마감일인 다음 달 11일까지 꼼꼼하게 현대증권의 재무 상태와 보유 채권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은 실사를 거쳐 인수전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실사 후 인수전에 불참할 가능성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미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두 곳이 작년 말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현대증권 인수전에는 한층 더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추진된 현대증권 매각 과정에서는 사모펀드 3곳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점에 비춰볼 때 이번에는 시장 관심도가 더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에 이어 키움증권도 인수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중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인수 자체의 타당성과 인수 후 시너지 효과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매각 추진 과정에서 차순위 협상자에 선정된 파인스트리트와 국내 금융사 인수에 관심을 보여온 중국계 자본도 현대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외국계 SI(전략적 투자자)와 지방의 금융지주사 등도 잠재 후보군으로 이름이 거론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외국 자본도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등과 손을 잡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 비해 현대증권 인수전의 흥행 가능성이 더 높아진 배경으로는 대우증권 매각이 마무리돼 당분간은 대형 증권사가 매물로 나오기 어려운데다 5000억∼7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인수대금 수준 등이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수 후보자 입장에서 이번 딜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 경쟁력"이라며 "7000억원 내외로 자기자본 3조3000억원짜리 대형 증권사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당초 인수전 참여 후보로 거론된 메리츠종금증권은 작년 6월 아이엠투자증권과 합병한 데다 인수비용 등 여러 조건을 감안해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을 묶어서 매각하는 만큼 1조원 안팎의 매각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이번 매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에 진행된 현대증권 매각 과정에서도 현대그룹의 '파킹딜'(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미고서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되사는 계약) 의혹이 불거졌다.
현대그룹은 오는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고 이르면 다음 달까지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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