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등의 기업들이 해외 인수합병(M&A)을 맹렬히 늘리며 성장 발판을 마련 중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해외(아웃바운드) M&A에 소극적이어서 국가 간 경쟁에서 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5년간 한국의 해외 M&A 규모는 389억4000만달러(47조8000억원·347건)에 불과했지만 같은 기간 일본의 해외 M&A는 3019억5000만달러(370조5000억원·1778건), 중국은 2808억3000만달러(343조7000억원·1275건)로 각각 한국의 7.8배와 7.2배에 달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도 중·일과의 격차는 컸다. 한국의 지난해 해외 M&A 규모는 106억9000만달러(66건)에 그쳤으나 일본은 701억1000만달러(402건), 중국은 950억5000만달러(397건)에 이르러 금액 및 건수 모두 최소 6배 이상의 격차가 났다.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사냥은 전년(576억2000만달러)대비 65% 급증해 사상 최대였다. 건수 역시 최대 기록인 398건으로 전년(293건)보다 36% 늘었다.
일본은 지난해 해외 M&A 건수가 40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금액은 2012년 다음이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한국 기업의 해외 M&A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에 대해 "산업에 새로운 동력이 안 생기는 상황인데 M&A를 통해 신규 사업에 바로 진출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실패사례가 많아 기업들이 해외 M&A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의 해외 M&A 건수는 2010년(74건) 가장 많았으며 금액은 2012년(109억5000만달러) 최대를 기록했다. 해외 M&A는 2012년 이후 매년 60건대로, 2013~2014년에는 금액이 연간 50억달러 안팎으로 대폭 줄었다.
다만 지난해에는 국내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캐나다공무원연금, 싱가포르 테마섹 등과 함께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61억달러에 인수한 덕분에 전년보다 금액이 많이 늘어 100억달러 대를 회복했다.
올해 들어 중·일과의 해외 M&A 성적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한국은 이달 17일까지 7건·3억8000만달러인 반면, 중국은 56건·704억달러로 이미 금액 면에선 지난해 전체의 78%에 달했다.
중국의 국유기업 켐차이나(Chemchina·중국화공)가 스위스 종자 기업 신젠타를 463억달러에, 칭다오 하이얼이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54억달러에 각각 인수하기로 한 데다가 완다그룹이 할리우드 영화사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사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은 금액 10억달러 이상인 것만 7건에 이른다.
일본은 같은 기간에 아사히그룹의 유럽 맥주 브랜드 페로니와 그롤쉬 인수 등을 포함해 56건, 51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은 외국보다는 국내 위주의 M&A를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국내 M&A는 최근 5년간 1824건, 1931억1000만달러로 해외 M&A를 압도한다. 같은 기간 해외 M&A는 건수와 금액에서 각각 국내 M&A의 19%와 18%에 지나지 않는다.
김수연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해외에 회사를 세우고 공장을 만드는 그린필드형 투자가 많고 해외 M&A는 너무 적다"면서 "그린필드형 투자는 개발도상국이, M&A는 선진국이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기업은 해외 M&A가 국내 M&A보다 건수는 적지만 금액은 더 많다. 일본 기업의 자국 내 M&A는 최근 5년간 5481건, 2884억9000만달러다. 중국은 같은 기간 해외 M&A가 국내 M&A(7776억9000만달러)의 35% 수준이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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