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이 저유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거듭 밝혔다. 대외여건이 더 나빠지면 추가로 추가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수 있다는 뜻도 덧붙였다.
19일 유 부총리는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지적에 "유류세 부담이 크지만 국제적으로, 상대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지금 단계에서 유류세에 손을 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시행했던 유가환급금 제도의 재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당시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 정도였지만 지금은 저유가여서 환급금을 줘도 (소비 등의) 효과가 크지 않고 세수만 줄어들 수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유류세의 10%에 해당하는 2조원 정도의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나눠주기 정책을 쓰고 있지만 소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경기 대책과 관련해 "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 구조조정, 규제개혁이 필요하지만 급한 것은 재정의 조기 집행,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처럼 내수, 소비를 조금 더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는 재정정책 확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어려움이 더 장기화되고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필요할 수 있다"며 "단기 충격이 너무 커지면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기적 대응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재정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가 5년8개월 만에 최고인 1,234.4원에 달하며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유 부총리는 "현재 외환보유액은 예측 가능한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외화유동성 추가 확보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외환보유액이 양적으로 세계 7위 수준이고 장기채 비율이 높아 질적 구조도 예전보다 낫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가 절대 모자라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연구해 보겠다"면서도 "한쪽이 요구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양자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 중국처럼 통화바스켓에 연동한 환율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에는 대외개방 후퇴라는 국제사회의 지적과 함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는 현재 국내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연체율 등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와 소득 수준이 높은 소득 4∼5분위의 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점, 고정금리 대출로의 전환 추세 등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리스크는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4년 규제가 완화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환원 여부에 대해서는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경제효과에 대해선 "직접적인 영향은 국내총생산(GDP)의 0.04%로, 제한적"이라면서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가 개성공단 문제를 언급했지만, (공단 때문에) 등급을 조정하지 않겠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현재 국가채무 수준에 대한 질문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가채무(D1)는 595조원 정도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38.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나 부채 증가 속도는 양호하다"고 설명했다.[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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