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론' '킬러론' 등 이 위원장·김 대표·후보간 설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 2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실에 당명도 글씨도 없는 텅 빈 빨간색 백보드를 선보인 날, 최근 공천 룰을 둘러싸고 계파 간 갈등이 최고조에 올라 있는 만큼 자성을 촉구하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 국민공천제를 확정한 바 있는데, 지금 공천관리위원회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아마 개혁이란 말을 쓰기가 부끄러웠던 모양”이라며 이한구 공천위원장에게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런 김 대표도 오는 25일 혹은 늦어도 3월 초 자신이 임명장을 수여한 이한구 공관위원장 앞에 서게 된다. 다른 예비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가슴에 하얀 이름표를 달고 ‘1분 스피치’에 이어 공통질문을 받을 예정이다.  

23일 나흘째 공천 면접심사를 진행 중인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과감한 현역 컷오프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면접심사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이다.

“현역의원이라도 자격심사 기준에 미달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이 위원장의 공언에 따라 면접심사는 현역의원들도 진지하게 만들며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리고 있는 공천 면접 첫날인 20일에는 ‘정치 1번지’라고 하는 서울 종로 지역구를 두고 경쟁 중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진 전 의원이 만나 면접 전부터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이날 오 전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직을 중도 사퇴한 이유를 당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결과적으로 서울시장직이 야당으로 넘어간 것에 대해 반성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22일에는 공천 면접관인 황진하 사무총장이 심사를 하다가 자신의 차례가 되자 후보석으로 내려가 면접을 받았다.

또 같은 날 오후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나란히 참석해 서로 냉랭한 모습을 연출했다. 두 사람은 비공개 면접에서 ‘경쟁자의 장점과 닮고 싶은 부분을 말하라’는 질문에 이 전 최고위원은 “‘얼짱’이라 닮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고, 조 전 수석은 “참 저돌적이다”라고 맞받아쳤다.  

이날 조 전 수석은 “100% 일반국민으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은 “일반 국민 70%, 당원 30% 여론조사 룰은 당에서 1년 이상 논의를 통해 의결된 것이기 때문에 이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각을 세웠다.

   
▲ 23일 나흘째 공천 면접심사를 진행 중인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과감한 현역 컷오프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면접심사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이다./사진=연합뉴스


공통질문 가령, 지역의 여야 판세에 대한 분석을 묻는 질문에는 한자리에 있는 후보들 간에 서로 답변하려고 불꽃 튀는 경쟁이 붙는다고 한다. 자기 지역의 당원 수, 당원 연령대는 물론 인구 수를 묻는 질문에도 후보들 간 정확한 수치를 대려고 경쟁을 벌인다. 

이번 공천 면접이 진행되면서 “양반집 도련님, 월급쟁이”나 “정당은 중개소가 아니다” 등 이한구 위원장의 발언 하나하나도 주목받고 있다. 역시 이에 맞서는 김무성 대표의 발언도 적나라하다. 

지난 21일 이 위원장이 수도권 공천면접 심사 후 “보물을 찾았다.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김 대표는 23일 “지 눈에 보물이지 지역구에 가면 알아주냐”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이 꺼내든 ‘보물론’을 단칼에 폄하하면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또 “덜 좋은 사람이 뽑힐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안타깝다”고 했다. 현 상향식 공천 시스템을 재차 공격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1일에는 “야당이 아주 센 지역은 확실하게 꺾을 특징이 있는 ‘킬러’를 찾아내야 한다”는 말도 했다. 본선 승리를 위해 ‘맞춤형 킬러’를 찾아내는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공천을 둘러싸고 이 위원장과 김 대표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표면적인 포인트는 ‘우선추천’이다.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위원장은 우선추천의 적용 범위를 규정한 당헌 103조에 따라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이 있다면 어디든 우선추천을 통해 ‘강한 후보’를 투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는 상향식 제도를 철저히 지켜나가야 하고, 우선 추천은 최대한 여성과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에 국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역의원들도 예외없이 면접심사 대상이 되어 본회의, 상임위, 의원총회 출석률 등 각종 의정활동 평가 지표와 당 윤리위 자료 등을 심사받고 있는 새누리당 공천 면접은 그야말로 ‘현미경 심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공직후보자추천규정 9조에 명시된 ‘부적격 기준’ 11가지도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11가지 기준 중에서 △유권자의 신망이 현저히 부족한 자 △파렴치한 범죄 전력자 등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만큼 어느 선까지 ‘물갈이’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김무성이 주장한 ‘상향식 공천’은 “자신도 공천권을 휘두르지 않을 테니 ‘친박’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거에서 공천권은 자기세력의 확보 싸움으로 이미 누가 선거를 운영할 것인지를 놓고 계파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문재인 대표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공천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계파 갈등이었다면 지금은 공천 주도권을 놓고 싸우는 큰 싸움인 셈이다.

새누리당 공관위는 20~21일 서울과 수도권 총 43개 지역, 169명의 공천 신청자를 면접했으며 23일까지 이 지역에 대한 면접심사를 이어갔다. 24일부터는 충청 지역 공천 신청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며, 25일 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가급적 오는 28일까지 면접심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면접심사가 완료된 뒤 다음주 초 최고위원회의실의 빈 백보드에 기존 ‘경제 살리는 개혁’, ‘미래 구하는 개혁’이란 글귀가 무엇으로 바뀔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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