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토론 중단에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 필요…사실상 불가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더불어민주당이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무제한 토론)에 돌입하면서 47년 전 마지막으로 활용됐던 이 제도가 부활했다.

과거 폐지 시점인 1973년 기준으론 43년 만에 처음 이뤄진 것으로 필리버스터는 2012년 18대 국회 막바지에 국회법 개정안, 일명 '국회선진화법'이 입법되면서 재도입됐다.

   
▲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2시30분부터 무제한 토론 세 번째 발언자로 나서 오전 10시30분 현재 7시간 넘게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개정 국회법 106조 2항은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1(현재 재적 의원 293명 기준 98명) 이상이 무제한 토론을 요구하는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의사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말하며 장시간 연설·신상발언,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출석거부, 총퇴장 등을 통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무제한 토론을 끝내려면 토론에 나설 의원이 아무도 없거나 국회 회기가 종료되거나, 재적의원 5분의 3(176명)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더민주는 23일 소속 의원 전원(108명)의 서명으로 무제한 토론을 요구했지만 157석의 새누리당이 이를 단독으로 중단시킬 방법이 없다.

국민의당(17석)과 정의당(5석), 무소속(5석) 의원 가운데 19명 이상이 새누리당에 협조한다면 무제한 토론을 끝낼 수 있지만 국민의당과 정의당 소속 의원들마저 토론 주자로 나서면서 사실상 중단이 불가능하다.

무제한 토론이 일단 시작되면 자정을 넘겨 본회의 차수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에도 토론 종결 선포 전까지 산회하지 않고 회의를 계속한다.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서명으로 토론 종결을 요구할 수 있지만 24시간이 경과돼야 무기명 투표로 의결할 수 있으며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토론은 중단된다. 토론자가 계속 있으면 최소한 24시간은 토론이 보장되는 것이다.

무제한 토론은 의원 1인당 1회에 한정해 토론할 수 있으며 본회의 개의 의사정족수(재적 의원의 5분의 1)가 미달하더라도 토론을 계속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김광진 더민주 의원을 첫 주자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거 퇴장했지만 토론은 계속됐다.

다만 예산안 및 세입예산 부수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은 헌법상 의결기한인 12월2일 24시(3일 0시) 전까지만 가능하다.

무제한 토론이 종료되면 해당 안건은 즉시 표결에 부쳐야 하며, 회기가 종료되면 무제한 토론도 끝난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 첫 본회의에서 자동 표결에 들어간다.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 도입에 따라 '무제한 토론의 실시'에 대한 조항이 신설된 이후 실제 필리버스터가 실행되기는 1969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제헌의회 이후 필리버스터를 행사한 사례는 지금까지 2차례 있었다.

1964년 4월 당시 국회의원이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료인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5시간19분간의 구명 연설에 나섰고, 연설 끝에 회기 종료로 안건 처리를 무산시킨 바 있다.

1969년 8월엔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3선 개헌안 처리을 막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0시간15분 동안 발언을 이어가며 법안 저지를 시도했으나 끝내 불발된 사례도 있다.

한편 23일 오후 7시7분쯤 무제한 토론의 첫 주자로 단상에 오른 김 의원은 자정을 넘긴 오전 0시39분까지 총 5시간32분간 발언을 마쳐 김 전 대통령의 연설 기록을 깨 주목을 받았다. 이어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이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서 오전 0시40분부터 2시29분까지 발언했다.

이후 세 번째 주자인 은수미 더민주 의원이 오전 2시30분부터 나서 오전 10시30분 현재 김 의원의 기록을 넘어서 8시간이 넘도록 단상을 지키고 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