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통신감청·계좌추적 직접 못해, 영장 필요…음모론 일축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별다른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토론할 가치도 없는 내용들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어제 모 의원이 국가대태러지침 조문 싹 다 읽는데 두 시간쯤 걸리는 것 같더라구요."

"국정원 노이로제예요. 쉽게 이야기하면."

23일 오후부터 야당 의원들이 47년 만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카드마저 꺼내들고 테러방지법 처리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는 가운데, 테러방지법안 대표발의자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날린 일침이다.

   
▲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자신이 대표발의한 테러방지법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 의원은 2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의원들의 테러방지법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무제한 토론의 첫 주자로 나서 5시간32분간의 발언을 마친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가장 먼저 겨냥했다. 김 의원은 1982년 대통령 훈령으로 제정된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을 들어 테러방지법 없이도 테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대통령령은 (적용 대상이) 공무원에 한정되지 일반국민에게 해당되는 게 아니다"면서 "이것은 공무원들이 테러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조치하라는 것이고, 일반 민간인에 대한 활동 제약 등 조치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국 테러단체 활동과 관련 "주요 인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활동하는 데 어떠한 예비활동과 테러 교육, 준비를 해도 조치할 방법이 없다"며 "기껏해야 우리나라에서 추방하는 정도지만, 그것도 출입국관리법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국인 테러 가담자에 관해서도 "이슬람국가(IS)에 가입하겠다거나 가입하려면 어떻게 하느냐, 폭발물을 어떻게 만들고 테러를 어떻게 하느냐 논의를 해도 이 사람들을 처벌할 수 없다"며 "그런 것을 처벌하는 조항을 만드는 게 테러방지법"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 의원이 전날 무제한 토론에서 '테러방지법이 과연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냐'라고 정부·여당을 공격한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세계 48개국에서 테러가 480여건 일어나 2700명 정도 목숨을 잃었다. 하루 평균 5건, 25~26명이 매일 목숨을 잃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IS에서 지정한 테러 대상국이며, 또한 북한에서 개성공단 폐쇄 이후 김정은이 정찰총국에 대남테러·사이버테러 역량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테러에 관한 한 지금은 전쟁 중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렇게 급박한 상황임에도 테러방지법을 만들지 않은 것은 유엔에서 권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정원법 3조에 의하면 국내 정보수집을 대공·대정부 정보, 방첩, 테러, 국죄범죄 5가지에 대해 하도록 돼 있지만 맨손으로 맨눈으로 하니까, 교묘하게 활동하는 테러조직들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법을 만들어 그들을 통신감청하고 돈이 움직이는 계좌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춘석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가 전날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이 무제한 감청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지금도 국정원은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통신감청을 하고 있는데 절대로 무제한 감청을 할 수 없다"며 논리적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처럼 국정원에서 시설을 해 두고 무제한 도청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국정원은 직접 감청이 아니라 통신사에 의뢰한다"고 밝힌 뒤 "통신감청은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영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제한으로) 안 되고, 외국인에 대해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원 금융정보 수집권 부여 반대논리에 대해서도 "이것도 국정원이 직접 계좌추적하는 게 아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계좌추적한 자료를 받는 것"이라며 "검찰, 국민안전처,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중앙선관위, 금융위 등 7개 기관장이 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국정원도 포함해달라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미국 FIU는 우리나라 FIU와 MOU(업무협약)가 체결돼 있다"며 "미국 CIA가 한국 내 테러용의자의 자금추적을 미국 FIU에 의뢰하면 한국 FIU에 요청해 우리나라 테러 관련자에 대한 자금추적을 할 수 있는데 한국 정부기관은 추적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 "그래서 미국에서 '한국에 들어온 주요 테러분자 계좌추적을 해 달라'고 국정원에 요청했을 때 '우리는 할 수 없다'고 하면 정보 공유가 안된다. 그런 정보기관으로 세계적인 정보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추적조사권을 국정원이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 권한 없이 실질적 정보수집이 어렵다. 대테러센터는 기획조정능력을 갖고 있지 집행능력을 가진 게 아니므로 이것을 이관할 수 없다"며 "이 권한이 이행감시라고 생각하는데 그것과는 다르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국가대테러활동지침 외 현행 법률로 테러 대비가 가능하다는 야당의 주장과 관련 "그 법들은 사고가 났을 때 조치하는 법이다. 테러 전 준비 단계에선 처리할 수가 없다"며 "테러는 예방이고 예방은 정보다. 그래서 정보수집을 제대로 하자, 국정원에 통신감청과 계좌추적권을 주자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감청 등) 대상자는 법에 딱 정해져 있다. 유엔에서 지정한 31개 (테러) 단체에 가입한 사람, 거기에 가입할 것으로 상당한 의심이 가는 사람"이라며 "멀쩡한 사람에겐 통신감청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영장이 발부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보호관도 만들고, 또 고의적으로 날조하거나 무고하는 사람 가중처벌도 하도록 다 조치해놨으니 걱정 말고 빨리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야당이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의원은 현재 야당에서 진행중인 무제한 토론에 대해 "국회법에 법적으로 규정된 사항이기에 막을 수는 없지만 국민이 심판하리라 생각한다"고 경고한 뒤 "똑같은 내용을 선명성 경쟁하면서 개인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시간이 좀 늦을 뿐 (법안) 처리가 안될 것도 아닌데 저런 식으로 하는 건 자기 선전전이다. 선거가 없었다면 저렇게까지 하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