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2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지난해 말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하면서 대출 수요가 몰렸다. 4분기에만 18조원이 증가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00조원을 돌파했다.
이전까지는 집만 있으면 돈을 빌린 후 최장 5년까지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한번에 갚는 만기일시상환 방식이 적용됐지만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상환능력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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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110조3000억원이다. 이는 국내 가계부채의 약 10% 수준이다./자료제공=금융위원회 |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의 불씨가 집단대출 규제 움직이으로 번지고 있다.
집단대출은 신규분양, 재건축, 재개발아파트 입주예정자 전체를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나가는 대출로, 중도금·이주비·잔금대출을 포함한다.
개별 대출자의 상환 능력은 따지지 않는만큼 이번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상당수 중소 건설사들의 집단대출 거부 사례가 속출하면서 중소 건설사의 존립이 어려워지고 있다.
25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110조3000억원 규모다. 가계부채의 약 10%에 미치지 못한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인 400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27% 정도다. 집단대출이 가계 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수준인지 따져봐야 한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건설사 보증을 들어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환능력에 차이는 있더라도 연체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집단대출 억제 및 강화로 인해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어려워지는 경우 분양 계약자들이 추가로 분담해야하는 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주택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집단대출을 거부당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 조건부로 대출을 승인받는 피해 규모는 약 5조2200억원에 이른다.
아파트 가구수로는 3만3970가구다. 대출규제가 발표된 지난해 10월 2조1000억원(1만3000가구)에서 3개월 만에 두 배 이상 피해가 늘어난 것이다.
아파트 분양률이 80%에 이르는 사업장까지 은행으로부터 집단대출을 거부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외에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집단대출에서 더욱 배척받고 있어 실제 집단대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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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아종합건설이 분양에 나선 '청라 모아 미래도' |
집단대출을 성사시킨 경우에도 금리가 높아져 주택사업자와 분양자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연 2% 대였던 집단대출 금리는 최근 3% 후반 대까지 올랐다.
지난달 집단대출 금리가 연 0.5%~1.0%포인트 인상된 사업장은 1금융권 4400가구(대출액 7000억원), 2금융권 14만2000가구(2조1000억원)에 이른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연 140억~210억원의 이자가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통해 주택사업의 준공까지 주택사업자에 대한 신용이 보강돼 있다. 최근에는 미분양 급증 지역에 대해 2차 심사까지 도입해 심사를 강화 중이다. 사실상 건설업계에 대한 '이중규제'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해준 은행에서 집단대출을 거부하는 것은 PF 심사를 엉터리로 했다는 방증"이라며 "선분양 제도가 정착된 국내 주택시장 선순환 구조가 집단대출 규제로 붕괴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대기업이야 어떻게든 시장에 살아남겠지만 피해를 보는 것은 중소 건설업계"라며 "정부가 내수 진작책으로 집을 지으라고 몰아세운 게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이젠 사논 땅에 집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어불성성과 같은 정책을 펴고 있다"고 개탄했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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