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등 민사처벌로도 재발 억제 효과 거둬

   
    ▲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제 행위로 인한 배임죄를 형사범죄로 보고 형벌을 강화하겠다는 법안이 추진 중이다. 지난 대선기간 동안에 경제민주화라는 정치적 구호에서 핵심 사항이 대기업 총수에 대한 처벌강화였다. 경제민주화의 기본틀은 경제적 강자와 약자로 구분하는 구조이며, 대기업은 욕심많은 경제적 강자다. 따라서 경제적 최고 강자인 대기업에게는 형사법으로 처벌수준을 강화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완성으로 생각한다.

사회 구성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 수준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민사적 제재는 과징금 등 경제적 비용만 부담하지만, 형사적 제제는 징역형을 포함하므로 경제비용 뿐아니라, 당사자가 겪게 되는 낙인효과도 크다. 특정범죄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어떤 제재수단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정 경제범죄 행위를 형사제재함으로써, 사회편익보다 사회비용이 훨씬 높다면, 법 제재수단을 잘못 사용한 것이다. 우린 과징금 정도의 민사적 제재로 충분한 행위에 대해, 형사제재를 사용함으로써 법 자원을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전과자 수는 1,08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2%가 전과자인 셈이다.

한때 선진국에서도 도덕 차원의 행위까지 형사 범죄로서 강화하는 추세였다. 예를 들면, 독일에선 결혼하지 않은 남녀에게 숙소를 제공하면 형사범으로 처벌받는 법안이 1974년까지 있었다. 자식 가진 부모입장에서 보면, 자식이 이성 친구를 데리고 하루밤 자면, 부모가 형사처벌받는 우스운 법이었다. 희생자가 없는 도덕적 행위까지, 형사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만연한 시절이었다. 세계의 법경제학계에선 범죄 행위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처벌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론적으로 최적의 처벌 수준은 범죄 행위에 따른 한계적 사회비용과 한계적 사회편익이 같아지는 경우다.

   
▲ 고령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8세)이 98년 외환위기 당시 계열 종합상사의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측근들의 부축을 받으며 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에선 기업 총수들의 경제 행위에 대한 징역형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을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최고 경제 강자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형사범으로 감옥에 보내면, 경제민주화에 익숙한 사회분위기에서 정치적 지지를 얻을수 있다.

그러나 기업 총수의 부적절한 범죄 행위에 대해 가장 합리적인 처벌 수준이 뭔가에 대한 고심이 필요하다. 기업 총수에게 감옥형의 처벌 수준을 내리면, 우리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은 어떤지 생각해야 한다. 기업 총수는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주체이므로, 사회적 비용도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기업 총수들에게 감옥형 형사처벌함으로써 얻게 되는 사회적 편익이 과징금과 같은 민사처벌보다 훨씬 높을 것일까?

만약 사회적 편익이 높다면, 충분히 감옥행과 같이 처벌수준을 높일수 있다. 그러나 기업총수 정도의 신분이라면, 과징금과 같은 민사 처벌도 기업인의 부적절한 행위를 억제하는데 충분한 효과를 가진다. 이른바 소득이 높은 계층일수록 낙인효과로 인해 충분히 범죄억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편익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징역형과 같은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우리 사회는 높은 사회비용을 치루게 된다. 이런 논리는 국가간의 처벌수준 형태를 봐도 똑같이 나타난다. 개발국가에선 형사적 제재를 많이 활용하는 반면, 선진국일수록 형사적 제재보다 민사적 제재를 더 많이 활용한다.

기업 총수의 부적절한 경제 행위에 대한 사회적으로 적정한 처벌수준에 대한 고심을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경제민주화라는 정치적 구호 아래, 덩치 큰 대기업의 총수일수록 처벌수준을 높이면, 정치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겠지만, 한국의 미래는 암울해 진다. 기업 총수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감성적이 아닌, 우리 미래를 위해 최적의 처벌수준이 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한국재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