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과잉업종 구조조정을 한없이 기다릴 수 없다. 길지 않은 장래에 (구조조정안을) 얘기하도록 하겠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차 중국 상하이를 찾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저녁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유 부총리는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국민 부담이 크다는 컨센서스가 잡혀가고 있다"며 "정리할 건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영향이 큰 산업은 협의체를 만들겠다"며 구조조정 추진 방식을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해운, 조선, 철강, 건설 등을 구조조정 업종으로 꼽고 있다. 그는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점을 대상 업체에 말해줄 계획"이라며 "대상 업체도 (구조조정 가능성을) 상당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하방 리스크"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충격을 관리해야 한다. 가장 큰 게 고용문제인데, 이를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경기부양책과 관련해선 "결국 구조개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이 하는 것이고, 재정정책은 이미 사용한 1분기 재정 조기집행 등에 국한할 것"이라며 "대규모 확장적 정책을 하려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하는데 지금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기관들이 올해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는데 대해선 "아직은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이 똑같다고 본다"며 정부의 기존 전망치인 3.1%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1월 수출이 18.5%나 떨어지고 중국 시장이 나빠진 것은 마이너스 요인이지만, 이란 제재가 해제되고 정부가 나름 재정 조기집행과 소비 진작책을 내놓은 것이 플러스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하는 게 맞다고 본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 안정성에서 의미가 있다"며 "필요한 시점이 되면 (미국에) 논의하자고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데 따른 대응책으로 주요 국가와의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한 것.
통화스와프는 두 거래 당사자가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 시점에 통화를 서로 교환하는 외환거래다. 상대국 통화를 활용해 자국 통화 시세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맺은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는 2010년 2월 종료된 상태다.
유 부총리는 "한국이 힘들고 어려우니 미국과 뭘 해보려 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까 봐 조심스럽다"며 "다급하다는 인상을 주면 안되기 때문에 섣불리 얘기를 꺼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 부총리는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과 양자 회동을 했지만 이 자리에선 통화스와프 체결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
유 부총리는 "필요한 시점이 되면 통화스와프 체결을 하자고 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며 "길게 봐서 시장을 안정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협의 문제로 불거진 중국의 경제적 보복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본다"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유 부총리는 이번 G20 회의 기간에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을 잇따라 면담하고 중국 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상반기 개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논의 등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는 "러우 장관은 '지정학적, 정치적인 문제가 있을지 모르나 경제적인 협력관계는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양국 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재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도) 사드 얘기는 쏙 들어갔다"며 "대북제재에 중국의 동참이 이뤄지는 등 어느 정도 협조 분위기가 이뤄진 상황에서 굳이 비관세 장벽으로 뒤통수를 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방문에서 한중 협력관계를 확인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나중에 딴소리 나오지 않게 못을 박아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