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이례적 질문…"스캘리아 사망 이후 '보수 목소리' 대변 필요성 느꼈나"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경범죄 때문에 헌법상 권리가 유예되는 경우가 또 있나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대법원 법정에서 판사석에 앉은 대법관이 질문을 던지자 "헉!"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법정이 일순 얼어붙었다.

질문의 내용이 특별해서가 아니었다. 이 질문을 한 사람이 바로 지난 10년간 대법원 구두변론 도중 단 한 차례도 질문을 던지지 않았던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67)였기 때문이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법정에서는 범죄자의 총기 소지 제한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가정폭력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 때문에 총기를 소지하지 못하게 된 메인 주의 남성 2명이 우발적인 가정범죄에까지 총기 소지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 사건이었다.

이날 정부 측을 대리하는 송무차관보 일라나 에이젠스타인이 다른 대법관들의 질문에 답한 후 막 자리에 앉으려던 찰나 토머스 대법관이 갑작스러운 질문으로 좌중을 놀라게 한 것이다.

보수 성향으로, 총기 관련 규제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토머스 대법관은 에이젠스타인에게 "가정폭력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평생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것은 최소한 현재로서는 헌법상 권리를 유예하는 것"이라며 답변을 요구했다.

에이젠스타인은 배우자를 때린 적이 있는 사람은 이후 가족을 총으로 살해할 위험이 6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들어 의회가 이 규제를 정당화했다고 답했고, 토머스 대법관은 몇 차례 추가 질문을 던졌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현재 미국 대법원의 유일한 흑인 대법관이자 지난달 13일 사망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과 더불어 보수색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냈던 토머스 대법관은 지난 2006년 2월 22일 이후로 10년간 단 한 번도 변론 중인 변호사나 검사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동료 대법관들이 변호사들과 질문을 주고받는 동안 의자에 기대에 천장을 쳐다보거나 때로는 오른쪽에 앉은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과 대화를 주고받곤 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를 두고 그가 임무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토머스 대법관은 오히려 동료 대법관들이 구두변론 중 너무 많은 질문을 해 변호사들의 변론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0년에는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남부 조지아 주의 서배나에서 조부모 아래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사투리를 쓰게 됐는데, 놀림을 당하는 것이 부끄러워 질문을 하지 않고 듣는 습관을 길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도 10년 만에 침묵을 깬 토머스 대법관의 행보를 2주 전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과 연결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토머스 대법관과 달리 열렬히 질문을 던져온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하자 자신이 나서서 대법원의 보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WP는 "말문을 열기로 한 토머스 대법관은 결정은 그가 스캘리아 대법관의 두드러지던 목소리를 대신하기 위해 전면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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