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 기자]대기업에서 15년 가량을 일한 A씨는 봄을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몰두하고 있지만, 가슴 한편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이달 초 회사 승진 인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평소 A씨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보내주던 상사조차 최근까지 아무런 언질이 없어 A씨의 마음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
|
|
▲ 지난해 실적 악화 등으로 옷을 벗은 대기업 임원 수가 증가하면서 기업별로 이달부터 실시되는 직원 승진 인사에도 유사한 기조가 이어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 연합뉴스 |
실적 악화로 인해 대기업 인력감축 바람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매년 되풀이되던 임원급 감원 바람이 올해는 과장과 차장 등 중간직급은 물론 대리와 신입사원으로 대상이 확대될 조짐이다.
일부 기업에선 저성과자를 중심으로 한 인력 재배치와 재교육 과정에서 과장급 이하 젊은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실적 악화 등으로 옷을 벗은 대기업 임원 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조만간 기업별로 단행될 직원 승진인사에도 유사한 기조가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원 인사와 달리 부장 이하 승진 인사의 경우 회사 실적과 큰 연관이 없음을 내세우지만, 경영환경이 지난해보다 크게 어려워진 만큼 직장인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단행한 기업들은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부장 이하 직원 승진 인사에 실시한다.
우선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를 포함한 67개 계열사가 1일부터 순차적으로 부장 이하 직원 승진 인사를 단행한다.
삼성의 부장 승진에 필요한 근무연한은 '4-4-5-5'다. 입사한 뒤 사원으로 4년을 보내면 대리 승진 대상이 되고, 대리로 다시 4년간 일하면 과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삼성 직원은 승진을 위해 일정 포인트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대리나 과장의 경우는 포인트를 채우면 쉽게 승진할 수 있지만 차장과 부장은 포인트 기준을 채우더라도 승진 문턱이 매우 높다는 후문이다.
일부 계열사들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거나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어 승진 인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직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
|
▲ 삼성그룹 서초동 본사. / 연합뉴스 |
삼성은 임원 인사와 같이 성과가 뛰어난 직원에 대해서도 승진의 기회를 주고 있다. 가령 사원으로 3년을 채운 직원 가운데 우수한 인재는 4년차에 대리를 달 수도 있는 것이다.
LG그룹도 1일부터 ㈜LG를 비롯해 60여개 계열사가 일제히 직원 승진 인사를 실시한다. LG 역시 성과가 뛰어난 우수 인재의 경우 연한에 관계없이 승진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3월 초 인사가 예정돼 있다으며, LG유플러스와 LG CNS를 제외한 대부분 LG계열사의 승진에 필요한 근무연한은 '4-4-5-5'다.
한화그룹 역시 20여개 계열사가 1일부터 부장 이하 직원 승진 인사를 단행한다. 계열사별로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원 3년, 대리 4년, 과장 5년, 차장 5년을 채우면 다음 직급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열린다.
효성그룹은 다음달 1일 직원 승진 인사를 실시할 예정인데, 효성의 경우 한 단계 승진에 필요한 근무연한은 4년으로 이는 모든 직급에서 동일하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 이어 직원 승진인사와 조직개편까지 모두 끝냈다.
현대차에서는 부장급 181명을 포함해 총 1200여명이 승진했다. 현대차의 승진 연한은 사원 4년, 대리 4년, 과장 5년, 차장 5년이며 부장 승진 후 5년이 지나면 임원(이사대우) 승진 대상이 된다.
SK그룹 역시 지난해 12월 각 계열사와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직원 승진 인사까지 마쳤다.
SK는 계열사별로 승진연한이 다르다. 가령 대표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공식적으로 대리와 차장 직함이 없다. 사원 8년이 지나면 과장, 14년이 지나면 부장 승진 대상자가 된다.
SK하이닉스는 통상적인 회사와 달리 사원-선임-책임-수석의 단계를 거친다. 마일리지제를 도입해 평가 결과에 따라 쌓이는 마일리지가 일정 이상이 되면 다음 직위로 승진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