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일 오전0시(현지시간 2일 오전10시) 만장일치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안보리에 회부된 지 57일만으로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또 최종 결의 직전까지 중국·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해 예외조항이 추가됐지만 '의무화'를 강화해 군사 조치를 뺀 제재로는 최강의 경제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엔 안보리 대북한 제재 결의 2270호로 채택된 이번 조치는 유엔 192개국을 대상으로 북한 수출입 화물에 대한 ‘의무적 검색’(mandatory inspection)을 규정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유엔에서 군사조치가 아닌 경제조치가 ‘촉구’ 수준이던 한계를 뛰어넘어 ‘의무’로 강화시킨 것이다.
이번 결의안은 대북제재의 강도와 범위에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에 따라 북중교역 차단 항목에 북한주민의 생계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로 예외조항을 만들어 실제 어느 정도로 효력을 발휘할지 지켜봐야 한다.
또한 당초 2일 새벽5시에 열릴 예정이던 결의를 연기시킨 러시아는 ‘북한 민간항공기 해외 급유’와 ‘러시아 채굴 석탄의 나진항 통한 수출’을 추가했다. 이와 함께 금융거래 및 해외이동이 금지된 북한의 인물 중 북러 간 광물 거래 담당 인사를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 역시 대북제재의 구멍을 키울 변수가 될 수 있다.
신규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억제를 위한 북한을 육해공으로 봉쇄하는 효과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의 가장 큰 변화는 이른바 북한의 WMD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개별 국가가 판단하는 물품을 금수 조치하는 일명 ‘캐치 올'(Catch All)을 의무사항으로 바꿨다. 북한을 통하는 영토와 영해, 육로를 통해 오고가는 화물에 대한 검색을 의무화한 데다 불법 화물을 발견했을 때에는 압류 조치하고 처분하는 것까지 의무로 규정했다.
앞서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마련된 결의안 2094호의 경우 북한과 외국을 오가는 선박에 ‘금지 품목이 실렸다고 믿을 만한 정보가 있을 경우’에만 화물 검색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으로 들어가거나 북한을 나온 화물선박이 유엔 회원국 영해로 지나가면 예외 없이 의무적인 검색을 실시하도록 했다. 북한 선박이 검색을 거부하면 자국 항구의 입항금지 조치를 취하게 된다. 금수 품목을 실었다는 의심이 있으면 외국 항구 입항 자체도 금지시킬 수 있다.
최근 중국은 대북교역의 거점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항에서 이미 북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시켰다. 이 같은 해운 제재가 유엔 회원국 전체로 확대되면 북한 선박의 제3국 입출항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불법 화물은 이미 금수 조치돼 있는 7대 무기와 WMD에 이번에 소형무기와 재래식 무기까지 포함시켰다. 북한을 오고가는 모든 화물 중 북한의 WMD 개발용 물품은 금지하는 것으로 특히 항공기나 선박 대용, 승무원 제공 금지까지 명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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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일 오전0시(현지시간 2일 오전10시) 만장일치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북제재 결의를 결의했다. 안보리에 회부된 지 56일만으로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동시에 이번 결의는 대북제재의 강도와 범위에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자료사진=연합뉴스 |
북한 WMD 수출금지 부분에서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실험 발사를 평화적인 위성 발사라고 우기는 것과 관련 위성 발사체와 우주 발사체를 구분해 금지시켰다. 생물무기와 화학무기의 리스트도 확대시켰다. 구체적으로 무기 수리를 빙자한 운송 차단을 명시한 것도 처음이다. 앞서 쿠바와 거래한 북한 선박에 실린 설탕 아래 숨겨진 다양한 대공무기가 발견된 전례가 참고가 됐다.
이번 결의안은 또 북한의 WMD와 군사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품목만이 아니라 북한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제재를 추가했다. 북한 무역의 40%를 차지하는 석탄, 철광석, 금, 티타늄, 희토류의 수출도 금지했다.
석탄, 철에 한해서는 민생 차원인 경우에만 허가되므로 전반적으로 북한 수출 수익이 격감할 것으로 보인다. 광업은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달한다. 석탄의 경우 지난해 북한의 대중수출액이 10억4978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42.3%를 차지하는 주요 품목이었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항공유는 물론 로켓연료를 수입할 때 사전에 신청해서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따라서 민항기 운영 축소는 물론 공군 운용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해상 루트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번에 마련된 새로운 금융 제재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모든 은행과 자산에 대해 금융제재를 부과해 사실상 북한 밖에 있는 북한 소유 은행과 평양에 있는 해외은행에 까지 은행계좌를 열지 못하도록 했다. 북한은행들은 90일 이내에 문을 닫고 계좌거래를 중지해야 한다. 북한은행이 새로 지점이나 사무소를 만들 수 없는 것도 물론이다.
이와 함께 북한을 통하는 자금줄을 막기 위해 ‘벌크 캐시'(Bulk Cash·대량 현금)의 제재를 받는 대상을 넓히는 동시에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대북제재 결의 최초로 불법 행위에 연루된 제3국인 추방을 의무화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자금 조달에 관련이 있는 원자력공업성, 국가우주개발국, 군수공업부, 정찰총국, 39호실을 포함해 12개 단체와 17명 개인의 자산동결 및 여행금지를 부과했다.
또 유엔 회원국 내에서 북한의 불법행위를 돕는 제3자에 대한 제재 조치를 명시화했다. 게다가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외화벌이를 전담해오던 북한 외교관에 대해서도 불법행위에 연루된 정황이 적발됐을 경우 추방키로 했다.
북한 교관이 해외에 나가거나 상대국 자문관을 초청해서 해왔던 군사·경찰 훈련도 금지했다. 게다가 북한 사람을 대신해 불법행위를 돕는 제3국인도 추방할 수 있는데다 연루된 북한 외교관을 추방할 수 있게 한 것도 최초 조치이다.
이번에 안보리에서 보다 강력한 결의가 통과된 것은 앞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도발 이후 안보리 이사국 사이에서 그동안 제재 동참에 소홀했던 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과 관련이 있다.
다만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요소가 없다는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북한의 개인·단체·기관뿐 아니라 이들과 거래하는 제3자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시행된다면 보다 강력한 제재가 될 수 있었다. 또 이번 결의에서 현재 5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제재는 들어가지 않았다.
또 북한의 원유 공급 중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미중 간 초안 도출 과정에서 중국이 강력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마지막 결의 과정에서 러시아가 당초 미중 간 초안 논의에서 배제된 것을 빌미로 유일하게 동의하지 않아 채택이 지연된 일도 있다.
이번 결의안은 우리나라가 제시한 안을 토대로 만들어진 초안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합의 이후 상임·비상임 이사국 15개국의 동의를 받아 최종 상정안인 ‘블루 텍스트’(Blue Text·최종 문안)를 전체회의에 회부하는 공식 채택 절차를 밟았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20년동안 안보리가 부과한 가장 강력한 제재 결의”라고 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20여년 전 제재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해서 벌인 걸프전에 대한 제재로 군사적인 조치가 포함됐다. 참고로 지금까지 유엔이 내렸던 전쟁 즉, 평화파괴에 대한 군사 조치는 1950년대 한국전쟁, 1960년대 포클랜드전쟁, 1990년대 이라크전쟁 세 건이었다.
실제로 이번 결의는 그동안 실효가 없다고 비판받아온 소위 ‘구멍’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다만 지금까지 안보리 결의보다 구체적인 규정을 의무화해서 최강으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회원국들의 실천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만큼 유엔 차원의 감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안보리 결의를 앞두고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6일 방한한 데 이어 27일에는 중국을 연이어 방문했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28일 이례적으로 4박5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한미중은 안보리 결의 이후 대북 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앞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미국 측의 미묘한 입장 변화와 중국의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주장 등이 어떤 결과로 도출될 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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