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삼성 현대차 LG 등 수출전략 다시 짜야

   
▲ 박대식 한경연 부원장
우리 기업의 수출환경이 전과 같지 않다. 이미 수년전부터 삼성전자와 애플간에 사활을 건 특허분쟁이 지속되고 있고 올해 초부터 미국과 캐나다가 우리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를 조사를 개시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의 일부 차종에 대해 미 관계 당국이 리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무역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해 25건에 불과하던 우리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 건수가 올해는 106건에 달했다고 한다. 무려 4배가 늘어난 것이다.. 제소국도 미국, EU 등 선진국 뿐 아니라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 수출제품에 대한 외국의 무역규제가 강도를 더해 가고 있는 것은 세계경기가 좋지 않다는 데 연유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EU 경제권은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고 내년 1% 성장의 예상치를 두고 회복의 기미를 보인다고 할 정도다. 자유무역의 보루인 미국마저도 대통령이 나서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제 G2(미국과 중국)시대라는 표현이 공식화되고 있는 만큼 미국도 주변을 돌 볼 여유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아무리 배짱 좋은 정치인이라도 자유무역보다는 국내 실업해소가 우선이다.

개도국들이 우리 제품을 견제한다는 것은 이제 그들의 산업경쟁력이 한국과 한판 벌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만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전자, 자동차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의 미래가 걱정되는 대목이다.

   
▲ 유럽연합(EU) 피터 만델슨 전 집행위원이 지난 2008년 스위스 제너바에서 열렸던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쟁점등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의 수단도 과거에는 반덤핑, 상계관세 등 무역거래에 국한되었지만 2000년 이후에는 지적재산권은 물론이고, 독점, 담합 등 공정거래, 이전거래,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이제 기업의 국제간 거래가 국경간 거래(cross the border) 중심에서 현지 투자(beyond the border) 등으로 진화하는 데 따른 변화다.

바로 2주전 도하라운드가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12년간의 산고 끝에 무역원활화 협정을 타결시키고 막을 내렸다. 협상참가자들은 이번 타결로 1조 달러의 기대효과를 거론하지만 당초 도하라운드에서 기대했던 무역자유화에 대한 내용은 없고 차기 라운드에 대한 비전도 발표되지 못했다.

12년 전 거창한 목표로 출발했던 도하라운드가 초라한 종결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전문가나 자유무역을 유지해야 한다는 어느 정치지도자의 수사도 들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제 자유무역에는 모두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 어느 한 외국 잡지에 실린 자유무역시대의 종언 (Farewell to the Age of Free Trade)란 글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TV 냉장고, LG전자의 가전제품과 G폰 스마트폰 등 IT제품, 현대차의 자동차 등은 우리의 간판 상품이다. 도하라운드 타결에도 불구, 세계각국이 보호주의 장벽을 높이 쌓아간다면 우리의 주력제품의 수출에 각종 수입규제의 덫에 걸려 신음하게 된다. 

정부나 기업들이나 도하라운드의 불편한  타결이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수수방관하거나, 실기하게 되면 우리의 제품들이 해외에서 고전하게 된다.  글로벌 생산거점전략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현지의 각종 소프트웨어적 수입규제에 대응하는 전략수립도 긴요해졌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얼마 전 무역 1조 달러를 자축하는 행사를 가졌다.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