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여당 어부지리 안돼" vs 안철수 "단일화 얘기밖에 못하는 야당 안돼"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야권통합을 화두로 '설전'을 벌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4일 서울에서 열린 호남향우회 행사에서 조우했다.

각 대표는 1시간가량 진행된 전국호남향우회중앙회 정기총회 행사 내내 같은 테이블에서 마주앉았지만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마는 등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 각자의 인사말에서도 야권통합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가운데 호남 민심의 '가늠좌'라고 할 수 있는 호남향우회원들이 이날 안 대표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이면서 김 대표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과 안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 중인 것이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사진=미디어펜


안 대표가 먼저 도착해 있던 김 대표에게 다가가 "위원장님 오셨습니까, 잘 지내셨습니까"라며 악수를 청했고 김 대표는 "오랜만이에요"라고 인사했다.

이후 박광태 중앙회 회장이 이들을 소개하는 순간부터 두 당의 불편한 관계가 드러났다.

박 회장이 "당을 추스르면서 고생을 많이 하고 계시다"며 김 대표를 먼저 소개하자 조용한 박수가 나왔지만, 박 회장이 이어 "개혁정치, 새정치를 하겠다고 애쓰고 계신 분"이라며 안 대표를 소개하자 객석에서 '안철수, 안철수' 등 환호가 터져 나왔다. 

각 대표는 축사에서 호남 민심에 적극 구애하면서도 야권통합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과거 영광에만 기대서 현재 문제를 해결 못 하는 무능함을 해결하고 반대하는 정당이 아니라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기필코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대로 야권이 간다면 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밖에 없다"면서 "호남이 바라는 정권교체를 위해 반드시 야권통합을 이뤄내 총선에서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던 안 대표는 인사말에서 "이번 총선은 무능하고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는 선거"라면서도 "그렇다고 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 내부 문제를 덮고 가자고 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식으로 단일화 이야기밖에 하지 못하는 야당으로는 정권교체 희망이 없다"며 "만년 야당이 아니라 집권할 수 있는 정당으로 키워주셔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충무공은 단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구하신 분이다. 현재의 숫자가 아니라 미래의 희망에 힘을 실어달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김 대표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질문에 "네, 멀리 떨어져 가지고요"라고만 말했다.

안 대표의 인사말 도중 안경을 벗고 땀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인 김 대표는 '안 대표가 통합제의를 사실상 거부했다'는 지적에 "한 번 얘기했으니까 그대로 기다려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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