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국민의당 지도부가 7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정면 충돌했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회의에서 김한길 상임 선대위원장은 “우리 당이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만 확보한다면 여당이 개헌선을 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야권이 개헌 저지선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여당이 개헌선을 넘어설 때 이 나라와 국민이 감당해야 할 끔찍한 상황”이라면서 “야권이 개헌 저지선 이상을 지키는 일은 나라와 국민과 역사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 당만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과 역사를 책임지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당이 180석 이상을 확보한다면 캐스팅보트니 뭐니 하는 것이 다 무용지물이 되고 국회는 식물국회가 될텐데 그 때 교섭단체라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안철수 대표가 말씀하신 대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가 꼭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현 집권세력의 확장성을 저지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도 우리 모두가 충실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집권세력의 개헌선 확보를 막기 위해서라면 우리당은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는 비장한 각오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당 지도부가 7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정면 충돌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마이크를 넘겨받은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안 대표는 “저희들의 목표는 기존의 거대 양당구조를 깨는 일”이라며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저는 믿는다. 이런 퇴행적인 새누리당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는 그런 결과를 국민께서 주시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는 이어 “무조건 통합으로는 이기지 못한다”며 “이미 익숙한 실패의 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이고 잃어버린 그런 낡은 야권을 재구성할 때”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란 안 대표가 지난해 11월 더민주를 탈당하기 전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당시 무소속 '천정배 신당'과의 통합을 추진하자며 제안한 해법이다.

앞서 안 대표는 전날인 6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야권통합 수용불가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당과 저는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 있다. 사방에는 적뿐이다. 모두 이 광에에서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좋다”고 말했다. 또 “통합은 현 상황만 모면하려는 하책(下策)이고 ‘만년 야당 하자’는 이야기”라고도 했다.

안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의 개헌저지선 확보 위협을 언급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그 말씀이 맞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공천 등 행태를 보면 더민주의 목표는 새누리당이 아닌 제1야당으로 계속 남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새누리당을 상대로 싸워야 할 제1야당이 작은 정당을 상대로 본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민주의 ‘자객 공천’이 통합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이로써 야권통합을 놓고 국민의당 내부는 다시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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