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이자(利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아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증오심이 녹아 있다. 때는 예수가 로마인 총독 빌라도에게 사형을 언도받던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제사장들과 하속들이 예수를 보고 소리 질러 가로되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는지라. 빌라도가 가로되 너희가 친히 데려다가 십자가에 못 박으라 나는 그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노라." (요한복음 19장 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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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는 지난 3일 법정 최고금리를 과거 34.9%에서 27.9%로 내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연합뉴스 |
이 기록에서 빌라도는 오히려 예수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대제사장을 비롯한 주변 유대인들이 사형을 채근하는 바람에 빌라도도 별수 없이 여론을 따랐다는 얘기다.
유대인이 예수를 살해했다는 건 어디까지나 하나의 '썰'임에도 유대인을 향한 증오의 불꽃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유대인이 예수를 살해해서 그들을 미워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미웠기 때문에 유대인이 예수를 살해한 것으로 돼버린 건지 모른다.
유대인들에 대한 미움은 많은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직업, 그러니까 돈을 다루는 세리(稅吏)나 은행업자에 대해서까지 번졌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역시 유대인이었다.
돈이 없다면 살이라도 떼어가겠다는 샤일록의 행태는 이자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을 대변한다. 100만원을 빌리고 그저 시간이 좀 지났을 뿐인데 이자를 쳐서 100만원+α를 갚아야 한다는 건 대다수 사람들의 직관에 위배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자가 올라갈수록 반감은 당연히 거세진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현재 여신전문업체들의 연평균금리는 18.1%이다. 저축은행은 25.0%, 대부업체는 30.2% 수준에서 평균 이자가 형성돼 있다. 한국의 경우 유대인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얄궂게도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일본판 샤일록'을 향한 반감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지난 3일 법정 최고금리를 과거 34.9%에서 27.9%로 내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정 최고금리를 7%포인트나 내린 건 2007년 이후 가장 큰 낙차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약 330만 명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눈에 보이는' 효용이다.
문제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신용 7등급 이하는 대부업체에서조차 돈을 빌리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수진 연구위원이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 '금리상한 인하에 따른 저신용자 구축 규모의 추정 및 시사점'에서 금리 상한이 내려가면서 대부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중신용자 중심으로 신규 고객을 모집하고, 이로 인해 저신용자 고객은 최대 74만 명까지 대부시장에서 배제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금리 상한이 39%였던 2011년 6월∼2014년 3월이나 34.9%였던 2014년 4월∼2015년 3월에 신규 대부업 이용자 중 저신용자 비중은 각각 62.2%, 57.8%로 꾸준히 낮아졌다. 합법 울타리가 줄어들다 보니 밖으로 튕겨나가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대부업체들이 점점 (고신용자들을 상대하는) 은행과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해 가는 꼴"이라고 말했다.
물론 줄어든 비율만큼의 사람들이 모두 불법의 영역으로 건너갔다는 데이터는 없다. 그러나 반드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의 사람들이 불법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만은 사실이다.
이수진 연구위원은 "대부시장에서 구축된(돈을 빌리지 못한) 저신용자로 인해 제도권 외의 불법 사금융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한 이순호 연구위원은 "금융당국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다른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작업이 보완돼야 부작용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신용등급 7등급 이하는 작년 말 기준 약 472만 명이다.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가면 그만큼 좋은 세상이 올 것 같지만 누군가는 더 난처해질 수도 있다. '착한 이자'는 없다. 그렇다고 나쁜 이자도 없다. 이자는 이자일 뿐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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