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부가 서둘러 우리투자증권과 자회사들을 매각했나?
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매각원칙의 핵심을 무시하면서까지 농협금융지주에 처분했나?
왜 배임 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우투증권의 일괄매각을 밀어부쳤나?
왜 영국 아비바생명이 부실생보사를 비싼 값에 팔고 유유히 한국을 떠나도록 노잣돈까지 챙겨주었나?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정부의 사실상 강압(?)에 못이겨 우리투자증권과 자회사 3개를 농협금융지주에 일괄매각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에 “일괄매각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사진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농협금융지주에 팔라는 메시지를 이사진들에게 보낸 것이다. 지시나 다름없었다.
정부가 농협금융지주에 큰 성탄선물을 줘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역대정부는 공기업이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나 기업을 매각할 때,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가장 중시했다. 국민세금이 들어간 기업이나 금융회사를 파는 만큼 한푼이라도 더 주는 곳에 매물을 안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들어 이같은 공적자금 매각 극대화원칙이 깨졌다. 정부가 일괄매각 방침을 밀어부친 것은 절차적 원칙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당초 매각 방침이 일괄해서 파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이야 우량매물로 제값에다 프리미엄까지 챙길 수 있지만, 우리저축은행, 우리아비바생명 등은 부실이 심해서 끼워팔지 않으면 매각이 어렵다고 봤다.
정부는 이 점을 들어 패키지딜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일면의 진실일 뿐이다. 절차적 원칙에 급급해서 매각의 본질인 제값받고 파는 것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패키지딜은 여러 가지 매각방안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게 본질을 가릴 수는 없다. 핵심은 제대로 받고 파는 것이다. 지엽가지가 몸통을 대신할 수는 없다. 본질과 수단 중에서 수단을 더 중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서둘러 매각해서 한건했다고 자부하는지는 모르겠다.
국민들은 씁쓸하다. 환란이후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된 금융회사를 파는데 왜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적 쌓느라 핵심가치를 외면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배임 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매각 당사자들은 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농협금융지주는 일괄인수금액으로 1조1000억원대를 제시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전체 입찰 제안금액은 농협금융보다는 낮았지만, 우리투자증권 인수가격에선 1조2000억원이상 써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나 예금보험공사, 우리금융지주입장에선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을 중시해야 했다. 절차적 명분에 얽매여 1000억원이상 나라 곳간을 더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날린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이사진들은 배임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판단을 하고자 했지만, 금융위의 압박에 백기투항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헐값매각 의혹 제기도 본격화할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답답하다.
우리는 환란당시 외환은행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매각했다가 헐값매각으로 당국자들이 두고두고 홍역을 치르고, 사법처리까지 된 관료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았어야 했다.
영국아비바생명인사가 유유히 브리티시 에어라인 1둥석을 타고 런던으로 가는 것을 지원하는 것도 아쉽다. 우리아비바생명은 부실투성이여서 올해 장부상으로만 1000억원이상 적자가 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재무안정을 위해서는 2000억원의 추가증가를 해야 할 막다른 상황이었다.
그런데 농협금융지주가 700억원가량에 인수하면 영국아비바생명으로선 이같은 골치아픈 문제는 금새 사라진다. KB금융지주는 아비바생명의 부실을 감안해서 오히려 마이너스가격을 써낸 바 있다. 정부로부터 수조원의 재정지원을 받은 농협금융지주가 비싼 돈을 들여가며 부실생보사를 인수한 셈이다. 국민돈을 펑펑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농민을 위한 금융회사를 지향하는 농협금융지주가 수조원을 써가며 민간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게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산업은행처럼 특수은행인 농협금융지주가 민간 금융시장에서 덩치경쟁에 가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그럼 특수은행의 보호막을 걷어내야 한다. 금융감독원도 농협금융지주를 특수은행국에서 감독하지 말고, 정상적인 은행감독국에서 감독권을 행사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의 이번 우투증권 일괄매각은 조기민영화는 달성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공적자금 극대화와 헐값매각 배임의혹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겨놓았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