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살생부-여론조사 유출-윤상현 막말까지…공관위 신뢰성 위협
[미디어펜=한기호 기자]4.13 총선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무성 대표발(發) '공천 살생부' 파문을 시작으로 예비후보 경선 사전 여론조사결과 유출 논란이 인 데 이어 친박(親박근혜)계 핵심 윤상현 의원발 '막말·낙천요구 녹취록' 공개까지 계파 갈등의 불씨는 커지기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천 결과가 특정 실세 혹은 권력자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으면서 '개혁공천'을 표방한 공관위 신뢰성 역시 위협받을 전망이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9일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회의에 앞서 윤 의원의 김 대표를 향한 막말과 관련 "추후 진상 파악 과정을 거쳐 당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진상규명이 되면 그때 우리가 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윤 의원은  '공천 살생부' 논란이 터진 지난달 27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김무성이 죽여버려",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려버려" "내일 공략해야돼" 등 욕설과 낙천요구를 했다. 당시 윤 의원의 발언을 담은 녹취록이 전날(8일)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이에 다음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 공개석상에서 친박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이 윤 의원에게 "김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하고 이재오 중진의원이 "전화를 받은 사람은 김 대표를 죽여버릴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며 통화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파문이 확대됐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는 공천 살생부 논란에 직접 연루된 것과 관련 지난달 29일 최고위 결정에 따라 공식 사과한 이후 공개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9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김 대표가 침묵으로 일관한 가운데 서청원 최고위원(가운데, 오른쪽 이재오 중진의원)이 윤상현 의원에게 김 대표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사진-미디어펜


그러자 윤 의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가 진행 중인 회의실을 직접 찾아 김 대표에게 사과하려 했으나 김 대표가 면담을 거부, 자리를 박차고 나가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김 대표를 따라 나온 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김 대표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 전한다. 여러분 모두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보도된 비(非)박계 40명 살생부 명단을 언급하며 "친박 핵심 인사가 김 대표에게 명단을 전달했다, 김 대표가 그 말씀을 (다른 의원들에게) 했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건 한 마디로 거짓"이라며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있지도 않은 살생부 때문에 너무나도 격분한 상태였다"고 강변했다.

이어 "제가 격분하고 지역분들과 술을 많이 마신상태 하에서 여러 하소연을 했고 그게 이런 말을 하게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통화 상대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 정말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제 주변사람이 녹음을 한 것 같은데 하도 술을 많이 마셔서 누구랑 그 대화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통화기록을 봐도 그 사람인가 저 사람인가 알수 없다. 저와 친한 사람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거듭된 질문엔 "알아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으며, 통화 상대가 공관위원 또는 청와대 핵심인사냐는 질문엔 "그건 아니다"며 "말투가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을 흐렸다. 문제의 발언이 공천개입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엔 "절대 아니다"며 "저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사람"이라고 극구 부인했다.

윤 의원은 제3자들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뒤 유포한 인물에 대해선 "취중에 사적 대화까지 녹음을 해서 언론에 전달한 행위는 의도적인 음모"라고 비판하며 "(통화) 당시 옆에 있던 사람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과의 면담조차 거부하고 회의장을 먼저 나선 김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전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모두발언 없이 자리만 지켰다. 공천 살생부 논란에 직접 연루된 것과 관련 지난달 29일 최고위 결정에 따라 공식 사과한 이후 김 대표는 공개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 욕설·낙천요구 파문 당사자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9일 오전 11시5분쯤 비공개 최고위원회 참석을 위해 회의실을 찾았다.


한편 일각에선 녹취록 파문을 들어 윤 의원을 향한 정계 은퇴 요구까지 나왔다. 홍문표 사무부총장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기 때문에 정계를 스스로 은퇴하든지, 자기 거취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 아닌가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윤 의원의 욕설도 문제지만 녹취록을 공개하며 당 내분을 격화시키는 인물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제3조 1항), 이를 위반해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제16조1항 1-2호)고 규정하고 있다. 

서 최고위원은 "사적인 발언을 녹음하는 것도 문제지만 개인적 통화까지 녹음하고 언론에 공개하면 누구를 믿고 대화하느냐. 공작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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