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이어서> 앞서 언급한대로 한국의 R&D 투자 규모는 1980년대만 해도 국내총생산(GDP)대비 1%에 못 미쳤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공공과 민간부문에서 투자에 박차를 가한 결과, 2014년에는 GDP 대비 4.29%로 늘어나 세계 최고 수준의 비율에 도달했으나 질적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여기에 R&D 투자가 제품 등의 개발과 제조업에 집중된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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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 총액은 63조7341억원(약 605억3000만달러)로 미국·중국·일본·독일·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 규모였다. / 연합뉴스 |
2014년 연구개발활동 조사결과, 한국 R&D 투자 중 개발연구에 투입된 비중은 63.4%에 달했다. 개발 연구는 새로운 제품과 장치의 생산, 공정이나 시스템·서비스의 설치를 위한 연구를 말한다.
반면 기초 연구에 투입된 연구개발비는 17.6%에 불과했고, 응용은 18.9%였다.
이중 한국의 2014년 기업부문 연구개발비를 보면 88.9%가 제조업 부문에 쏠려 있었다. 이런 제조업 집중도는 미국(65.8%)이나 독일(86.1%), 프랑스(50.2%), 영국(40.0%)에 비해 크게 높았다.
기업부문 연구개발비의 77.5%는 대기업에 집중됐다. 매출액 상위 20개 기업이 기업부문 연구개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41.9%에서 2014년 51.6%까지 증가했다.
연구단계별 성과를 보면 R&D의 대표적 결과물인 한국의 과학기술논문(SCI)수는 2001년 1만6104건에서 2013년 5만1051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한국의 SCI 논문 1편당 피인용 횟수는 4.55차례로 세계 평균 5.32차례에 못 미쳤다. 더욱이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슬로베니아, 태국 아래 세계 32위에 머물렀다.
R&D에 따른 국내 특허 등록 건수도 2010년 17만101건에서 2014년 21만292건으로 늘었지만, A등급 특허 비중은 2010년 23.0%에서 2014년 18.6%로 떨어졌다. 특히 정부 R&D 특허건수 중 A등급 특허 비중은 17.1%에서 11.9%로 낮아졌다.
한국의 기술수출액에서 기술도입액을 뺀 기술무역수지는 2013년 기준 51억9300만 달러 적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억달러대 적자에서 거의 2배로 폭증했다.
산업별 적자규모는 전기전자가 78.4%인 40억7300만달러로 가장 컸고 이어 정보통신(4억800만달러), 건설(2억9100만달러) 순이었다.
2014년 기준 한국의 전체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인 미국의 78.4%로 이 나라와의 기술격차는 4.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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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가 2015년 7월에 발표(OECD 회원국과 주요 비회원국 대상)한 국가별 R&D 투자 규모 |
국가별로는 미국(100%), EU(95.5%), 일본(93.1%), 한국, 중국(69.7%) 순으로 기술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2012년 1.9년이었으나, 2014년에는 1.4년으로 축소됐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의 R&D 투자가 질적 성과를 낼 수 있으려면, 기초나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는 여전히 제품이나 시스템 개발연구 위주이며, 특히 정부·공공부문 투자분 가운데 개발연구 비중이 너무 높다. 이는 제조단가를 낮추거나 제품을 개량하는데 돈을 투입하는데 집중한다.
특히 첨단기술이 중요해지는 추세에서 최근엔 기초연구가 바로 응용 개발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기초·원천 기술에 투자하지 않으면 한국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전체 R&D 투자는 대내외적 경제 상황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민간기업들의 R&D 투자 의욕이 하락하고 더불어 정부 R&D 투자 예산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증가세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한 “이러한 시점에서 특히 정부·공공 R&D투자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높여야 한다”면서 “특히 R&D의 뿌리가 되는 기초 연구에 공공 R&D의 역량을 집중하고, 그 성과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책임을 묻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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