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종인 향해 "모두까기 짜르"…박 대통령·여당과 싸잡아 비난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10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을 계기로 화두가 된 야권연대에 대해 "김 대표가 생각이 없다고 명쾌하게 정리해주셨다"며 선을 그었다.

사실상 총선을 대비한 야권통합도 선거연대도 요원하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지만, 이날 김 대표가 안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연대 통합 논의 개시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제가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야권통합을 위해서 3번에 걸쳐 희생, 헌신을 했다"며 야권통합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한 뒤 선거연대 가능성도 부인했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사진=미디어펜


김 대표는 앞서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자꾸 얘기하는데 연대는 무슨 연대를 하느냐. 선거구를 공식적으로 나눠갖자는 건가. 나는 그런 것 안한다"고 야권연대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9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선 야권통합 요구를 재차 거론, "이번 주가 지나면 사실상 끝"이라고 못박은 뒤, 추가 제안 여부에 대해선 "죽어도 안 하겠다는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잘라 말했다.

이를 계기로 더민주와의 당대 당 통합은 물론 선거연대에도 비판적이었던 안 대표의 입장에 무게가 실려, 당 차원에서 개입하는 선거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안 대표는 당내 야권연대 논의 가능성에 대해 "김 대표께서 이미 문재인 대표 시절 공식적으로 당대 당으로 합의한 사항까지 다 없던 걸로 만들지 않았느냐"며 김 대표의 책임론을 들어 일축했다.

이날 발표된 더민주의 2차 현역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결과에 대해서도 "물갈이가 아닌 고기갈이"라며 "혼탁하고 오염된 물이 그대로 있는데 신선한 물고기로 갈아서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평가절하했다. 더민주 탈당 원인인 친노(親노무현) 패권주의 해소가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안 대표는 김 대표의 전날 발언을 들며 "어제 김 대표께서 많은 야권 정치인들을 비난을 하셨다. 혹시 아직도 박근혜 캠프에서 야당을 공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자신을 향해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한 것에 대해선 "국민들께서 정치를 배우라고 한 게 아니고, 정치를 바꾸라고 하셨다. 만약 정치가 다른 사람들을 비아냥 거리는 거라면 저는 배울 생각이 없다"고 맞받았다.

아울러 "더민주 내부에선 김 대표에 대해 짜르(옛 러시아 황제)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요즘 모두까기 인형(모든 대상을 비판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이라고 하지 않느냐. 그러면 (김 대표는) 모두까기 짜르인 셈인데, 그럼 여왕과 짜르의 시대라는 말이다. 정말 국민들이 불쌍하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를 엮어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금 새누리당에선 560년 전에 나왔던 살생부가 돌아 다니고, 막말이 판을 치고 있다"며 "더민주에서는 계파패권으로부터 탈출하고자, 오히려 차르패권으로 바뀌었다. 결국 패권정당이란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렇듯 날선 신경전을 벌이던 김 대표와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종필 전 총리 증언록 출판기념회에서 조우했다.

양측이 별다른 대화 없이 정면만 바라보는 등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중 김 대표 측이 먼저 귀엣말을 건네 안 대표와 잠시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행사 직후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제 한 번 만나자고 했다"고 답한 반면 안 대표는 같은 질문에 "김 대표에게 물어보라"고만 했다.

다만 김 대표가 '안 대표가 제안을 수락했느냐'는 질문엔 "만나자고 하면 만난다고 해야지 안 만난다고 그러겠나"라며 안 대표가 제안에 응했음을 시사해 실제로 회동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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