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주요 대기업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11일 개막되면서, 각 기업별 주총의 화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수출부진까지 겹치면서 각 업종 대표기업들의 주총을 맞는 분위기는 밝지 못한 모습이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직면한 대내외 악조건을 감안해 대다수 기업은 이번 주총에서 사내외 이사 등의 보수한도를 동결할 것으로 점쳐진다. 일부 기업은 이사에게 지급할 퇴직금 적립액 비중을 줄이는 등 경영 체질개선에 주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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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렸다. 주주들이 권오현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부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그러면서 정관 개정 등을 통해 이사회 문호를 개방하고 신성장사업을 펼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너가 구성원의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두산그룹의 4세 승계에 따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 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11일 오전 서초사옥에서 주주, 기관투자자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주총을 열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부문별 경영성과 보고, 주주와 경영진의 질의응답,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정관 변경 안건이 다뤄졌다.
삼성전자 각 부문별 올해 목표도 제시됐다. 올해는 D램에서 18나노 최첨단 공정 전환으로 수익성 극대화를, 낸드에서는 V낸드를 내세워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버)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미래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해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차세대 반도체 라인을 건설하고 바이오 프로세서, 개방형 플랫폼인 아틱(ARTIK) 출시 등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 개발도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CE(소비자가전) 부문의 경우 올해 TV 사업은 2세대 SUHD TV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기업 간 거래(B2B) 디스플레이와 빌트인 키친, 시스템 에어컨 사업을 확대해 소매 시장의 둔화를 극복할 계획이다.
IM(IT모바일) 부문은 올해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리더십을 회복하고 보급형 시장 성장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자동차도 이날 오전 양재동 사옥에서 주총을 열어 정의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이원희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사외이사로는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각각 재선임됐다. 현대차 이사들의 보수 한도는 지난해와 같은 150억원으로 동결됐다.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기업활동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는 '기업지배구조헌장'을 발표했다.
기업지배구조헌장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한층 더 명확히 함으로써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활동을 강화하고 동시에 주주,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의 균형 있는 권익증진에 앞장서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헌장은 이사회 내 주주 권익보호 기구인 '투명경영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활동 방향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현대차 투명경영위원회는 4인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기구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시 주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반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차는 또 이번 주총에서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시행한 중간배당 1천원을 포함해 주당 4천원을 배당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전년 대비 33.3% 늘어난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주주들에게 배포한 영업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2016년을 탄탄한 내실과 기반을 다지는 한 해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동차 산업의 기술혁신을 주도 할 계획이며,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를 세계시장에 조기 안착시키고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전사적 노력을 통해 세계적인 명차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자동차는 18일 주총을 열어 박한우 사장, 정의선 부회장, 남상구 가천대 경영학과 석좌교수의 이사 재선임 건을 의결한다. 기아차도 이사 보수 한도가 동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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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12월 결산 상장사 54곳이 11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 연합뉴스 |
최태원 회장 등기이사 복귀…두산 박정원 회장 체제 전환
오는 18일 열리는 SK㈜ 주총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한다. SK㈜는 지난달 25일 정기 이사회에서 최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이번 주총에 상정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영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된 뒤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사면복권됐다. SK㈜ 등기이사 복귀는 2년 만이다.
SK하이닉스는 주총에서 김준호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박정호 ㈜SK 대표이사 사장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SK하이닉스 등 SK 계열사는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을 개정한다. 임원의 퇴직금 지급률 가중치를 기존의 6(1년 재직 시 6개월 급여가 퇴직금으로 지급된다는 의미)에서 4로 줄이고 임원 등급 구분에서 별도로 유지되던 회장, 부회장의 등급을 D등급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별도의 급여 변동이 없다면 회장, 부회장 등의 퇴직금 적립액은 종전 대비 최대 3분의 1이 줄어들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현 이사회 의장인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유정준 SK E&S 사장을 사내이사로, 김준 ㈜경방 대표이사, 하윤경 홍익대 교수, 신언 SK이노베이션 비상임고문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18일 주총에서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과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정관변경을 통해 이사회 정원은 7명(사외이사 4명)에서 9명(사외이사 5명)으로 늘리고 보수한도도 기존 45억원에서 60억원으로 확대한다.
LG화학은 18일 주총에서 그룹 오너가의 일원인 구본준 ㈜LG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 부회장은 LG전자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오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지주회사인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이동했다.
구 부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은 오너가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그룹 신성장추진단장으로서 LG화학의 소재부품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LG화학은 또 동부팜한농 인수를 앞두고 농화학사업 등 각종 신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정관변경안도 처리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은 25일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박정원 지주부문 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다.
두산그룹에서는 ㈜두산의 이사회 의장이 그룹 회장직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박정원 회장은 이번 이사회를 통해 그룹 회장에 오른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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