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인류 모두의 승리와 향유…한 단계 더 진보한 인공지능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알파고의 시대를 낙관하는 이유

오는 15일 마지막 5국의 승패가 어떻게 나든 알파고의 ‘챌린지 매치’ 승리는 결정됐다. 재미난 것은 13일 이세돌이 반격의 불계승을 거두기 전까지 알파고가 3연승을 거두자 갖은 억측이 난무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 했다며 다수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 경계하고, 한편에서는 알파고라는 프로그램을 진화시킨 인간의 승리라며 반박했다.

무의미한 지적은 이어졌다. 인간의 정신과 불평등 문제, 자본-하이테크 기술의 결합을 운운하며 두려움을 표하는 생각 말이다. 미디어들은 중국 프로기사 커제의 촌평에 대한 오역, CPU 1200개와 싸운 불공정게임, 인공지능에 무너진 4000년 바둑, 이세돌의 인간 승리 바둑 괴물 알파고 백기 등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정부는 인공지능 개발 콘트롤 타워 설립을 추진하겠다며 뒷북치기 행정, 숟가락 얹기 행태를 보였다.

알파고는 산술적인 더하기 식-컴퓨터 한대에 자원을 때려 박는 방식-으로 고성능 컴퓨팅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알파고는 현존하는 ‘자가 학습 알고리즘’ 기술의 정점이다.1) 목표와 규칙이 명확하게 정해진 게임 중 가장 복잡하다고 생각됐던 것이 바둑이었기에, 이번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일지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이게 알파고 의미의 전부다.2)

   
▲ 알파고에 대한 두려움의 원천은 인간에 대한 불신, 무지로 인한 오해다. 하지만 이는 누군가(기계 개발자) 돈을 벌면 다른 이가 돈을 잃고 누군가(기계) 일자리를 얻으면 다른 사람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사진=연합뉴스


알파고 이후의 시대는 명확하다. 앞으로 바둑과 비슷한 성격, 다시 말해 룰이 정해진 형태의 문제라면 거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인간은 컴퓨터를 훈련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기술이 한 단계 더 진보했다. 이것이 알파고의 시대를 낙관하는 이유다.

이를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구글의 단기적 목표 또한 이런 학습 엔진에서 나오는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당장에 헬스케어가 떠오른다. 치유/완쾌라는 목표와 규칙이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를 접근하는데 있어서 알파고 류의 컴퓨터가 문제를 풀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파생될 직업군 또한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하다. 네트워크, RFID, 모바일 등의 IT업계 및 기존 산업 거의 모든 영역에서 고부가가치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3)

알파고가 SF영화에 나오는 인공지능 AI 수준으로 되려면 한참 멀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알파고는 편리한 도구, 쓸 만한 기술 진화의 범주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기계의 반란으로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하고 인간성 상실을 논하는 자들은 알파고로 대표되는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다. 200년 전, 러다이트 운동 수준의 지력에 머물러 있다. 제약조건과 룰을 인간이 정해줘야 하는 컴퓨터는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는 한 살배기다. 우리는 쓸 만한 가능성, 쓸 만한 도구 하나를 얻은 셈이다. 

알파고에 대한 두려움의 원천은 인간에 대한 불신, 무지로 인한 오해다. 하지만 이는 누군가(기계 개발자) 돈을 벌면 다른 이가 돈을 잃고 누군가(기계) 일자리를 얻으면 다른 사람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더욱 봉사하는 서비스의 등장은 물론이요,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음 단계로의 진화, 윈윈게임이다. 세계 수억 명의 소비자에게 봉사함으로 더 큰 수익을 창출하는 구글만 승리자가 아니다. 이를 향유하여 여가시간을 누리고 자기계발과 다른 무언가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인간 모두의 승리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대국 결과를 두고 갖은 억측이 난무했다. 가장 무의미한 지적은 인간의 정신과 불평등 문제, 자본 및 하이테크 기술의 결합을 운운하며 두려움을 표하는 생각들이다./사진=구글 간담회 유투브


1) 알파고에 대한 오해와 진실. http://dvdprime.donga.com/g5/bbs/board.php?bo_table=comm&wr_id=9718404

2) 구글이 테스트 상대로 이세돌을 지목한 것이고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이번 대전이 성사되었다. 이세돌이 아니라 중국의 커세가 나서서 패했다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이슈화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3) 정부의 통합 콘트롤 타워가 무용지물인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민간의 자유로운 창발을 정부가 어떻게 계도한단 말인가. 공무원, 관료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다.
[김규태]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