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친노핵심 비껴간 컷오프…문재인 당권·대권 전초작업"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민의당은 14일 '김종인 지도부'가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총선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작업에 대해 이른바 '친노(親노무현) 패권주의'가 여전하다고 혹평하며 야권 연대 불가 방침을 굳혔다.

특히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한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 정호준 의원이 낙천하고 김한길 의원 지역구에 더민주가 단수후보를 공천한 사실을 문제삼아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더민주는 이날 오전 비공개 비대위 회의를 열어 전날 공천관리위가 심의한 공천안을 의결, 친노 좌장격인 이해찬·이미경 의원과 정호준 의원의 지역구를 전략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세 사람은 자동 낙천했다.

이와 관련,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은 오후 성명에서 "김종인 대표는 이해찬 의원을 상징적으로 공천배제함으로써 야권연대의 명분으로 삼으려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와 같다. 더민주당에서 친노세력의 패권구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사진=미디어펜


문 의원은 "친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해철 의원은 단수 공천됐다"면서 또 "이미 11일 더민주는 친노패권세력 핵심인 김태년 홍영표 의원을 단수공천했고, 이목희 김경협 의원 지역은 경선지역으로 지정해 생존의 길을 열어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노세력 패권이 유지되는 한 정권교체는 어렵다"며 "기득권 양당체제를 혁파하고 정치를 민생중심의 정책경쟁체체로, 3당체제로 바꾸는 정치혁명의 필요성은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더민주의 공천 발표에 앞서서도 이같은 우려는 곳곳에서 제기됐다.

최원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에 출연, "(김종인 대표가) 친노나 친문(親문재인) 직계 부분에 대해선 거의 손을 못 대고 오히려 주변 곁가지, 범친노나 특히 정세균계를 조준한 것"이라며 "갈수록 저희 생각과 격차가 났다"고 평가했다.

박지원 의원도 "변죽만 울리고 핵심은 안 한 것이다. 오히려 정세균계만 다 제거한 것 아니냐"며 "우리가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한 것은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한 것인데 그것은 하지 않은 채 (야권 통합 제안을 하고있다)"라고 꼬집었다.

이른바 정세균계에는 앞서 컷오프된 강기정 전병헌 오영식 의원과 이날 낙천된 이미경 의원, 일찍이 불출마를 선언한 최재성 김성곤 의원 등이 포함된다. 당초 10명을 약간 넘는 계파가 이번 공천을 통해 '반토막'난 셈이다.

친노계의 경우 앞서 노영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문희상 유인태 이해찬 의원 등이 컷오프되면서 원로그룹 위주로 입은 가운데 초재선 중에선 막말 물의를 빚은 경력이 있는 정청래 의원과 하위 20%에 포함된 김현 임수경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이 살아남았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런 식의 정비는 오히려 다음 당권이나 다음 대권의 전초작업이라는 얘기들이 정치권에서 분분하다"면서 "의도를 했든 안했든 특정인에게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며 사실상 김종인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를 위한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국민의당 내부에선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최고위원·선대위원 대다수가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김한길 의원과 천정배 공동대표가 여전히 선거연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민의당은 이같은 관점에 근거해 독자노선으로 방향을 굳히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종인 지도부를 겨냥 "여전히 말로는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패권은 더 강화돼가고 있다"며 더민주를 패권정당으로 규정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오늘로 총선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우리에겐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며 "이번 선거는 과거와 미래의 대결이며, 익숙한 과거에 머물러선 어떤 희망도 없다"며 연대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은 같은날 오전 KBS라디오에 출연, "최고위에서 박주선 김영환 김성식 최고위원같은 분들의 입장이 확실하다"며 "그리고 토요일(12일) 김영환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권노갑 고문이 와서 '지금의 더민주는 야당의 정통성을 훼손했다' '정당성 있는 야당이라고 볼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이런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줄곧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주장해왔던 박주선 최고위원은 김 의원과 천 대표을 향해 "의견대립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당에 국민이 따뜻한 지지의 마음을 줄 리가 만무하다"며 "결정은 내려졌고 우리는 오직 행동을 해야 할 단계"라며 연대 불가 노선 확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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