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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 |
필자에 지인이 오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창업을 했다길래 개업 선물로 뭔가 특별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홈쇼핑에서 금고를 파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홈쇼핑에서 파는 금고는 투박한 모양이 아닌 화장품 냉장고, 럭셔리 가구와 같은 느낌이 나도록 요즘 트렌드에 맞춰 예쁘게 만들어졌다. 가격도 몇 년 전 구입했던 금액보다 저렴했다. 결국, 지인의 창업 선물로 하나 구입하게 되었고, 곧 결혼을 앞둔 지인부부에게도 명품시계, 결혼예물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한 개 더 주문했다.
갑자기 금고 얘기를 꺼낸 이유는 금고가 예전처럼 꼭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서 개인 금고를 가지고 있고, 생활필수품으로 분류된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필자도 다른 사람처럼 돈, 금괴, 달러, 고액권, 명품시계를 보관하기보다는 어릴 때 썼던 일기장, 상장, 친구로부터 받았던 편지를 보관하고 있다. 최근 금고를 파는 업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부쩍 금고 주문이 늘어났다고 한다. 구매자들은 요즘 은행 금리가 낮으니까 개인금고에 돈을 보관하려고 구입한다는 것이다.
유럽발 마이너스 금리정책
요즘 사업을 해서 수익이 나거나 절약을 해서 목돈이 생기면 마땅히 투자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들을 종종 한다. 그냥 은행에 돈을 묵혀놓았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내수경기가 침체되었으니 소비를 하고 투자를 해서 경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내 자신도 소비보다는 저축, 투자보다는 유보를 하고 있다.
마침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중앙은행은 금기의 영역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2014년 6월부터 유럽연합, 덴마크, 스위스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일본까지 가세해 전 세계의 1/4정도가 마이너스 금리 영역에 들었다. 미국의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마이너스 금리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낮출 수도 있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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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에도 없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실험하고 있다. 한국도 소비활성화, 경기부양이라는 숙명적인 과제 해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중요한 금리정책에 대해서는 논의가 전혀 없어 보인다. 정말 금리가 가계부채에 영향을 미치는지,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 소통의 장이 보이지 않는다./사진=연합뉴스 |
마이너스 금리는 금융기관, 특히 은행의 수익에는 결정적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쟁력 저하 우려로 마이너스 금리를 예금자에게 부과하기 어려워 예대마진 축소가 불가피하다. 보험회사도 역시 역마진 문제가 심화될 것이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가 자국 환율을 평가절하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장점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금리 자체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일 경우, 일본 엔화 같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오히려 그 화폐의 가치는 상승할 수도 있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국가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시키는 꼴이 된다.
금리에 관한 논의가 더 많아져야
현대인에게는 금리는 매우 중요하다. 금리 즉 이자는 돈을 아껴 저축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며 높은 이자는 투자자들에겐 최고의 선물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금리 변동은 참으로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제 1 금융권보다 저축은행과 같은 제 2 금융권과 같은 금융상품에 돈을 보관하는 이유는 이자가 단 얼마라도 높기 때문이다. 이자는 개인에게도 중요하지만 국가경제에 있어서 자국의 경제와 정치 그리고 금융시장의 건전도를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 역할을 하면서 중요시 여기고 있다.
글로벌 국가들이 경제학에도 없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실험하고 있다. 한국도 소비활성화, 경기부양이라는 숙명적인 과제 해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중요한 금리정책에 대해서는 논의가 전혀 없어 보인다.
정말 금리가 가계부채에 영향을 미치는지,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 소통의 장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금리 때문이라고 결론지어 버리고 있다. 금리를 담보로 오히려 경제 불안만 증폭시키는 것이 아닌지, 개인마다 기업마다 개인금고를 비치하면서 자기 재산만 지키는 것이 나은지 모르겠다. 이제라도 금리 정책 논의를 보다 많이 하길 바란다. /송덕진 휴먼디자이너·극동미래연구소장·왕토끼CIO·포퓰리즘감시시민단체연합사무총장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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