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이란, 기회는 곳곳에(上)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지난 한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수출이 올초 더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전반적인 수출전선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둔화, 환율 변동, 저유가 등 대외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 당국이 이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 경제제재 해제에 따라 에너지부국인 이란 시장을 겨냥한 우리 기업들의 행보가 점차 빨라질 전망이다. / 연합뉴스

이에 정부는 수출 활성화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하고 품목을 다변화하는 등 수출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소비재나 해외건설 등 유망 분야의 경쟁력 확충,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등을 통해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저유가와 중국 경제의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전략으로는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수출 지원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출 지역에서는 중국과 신흥국 의존도를 줄이기로 했다.

대신 경제 제재가 풀리거나 경제가 개방돼 수입 수요가 많은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며, 특히 올초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된 이란을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이란시장 진출을 가시화한다는 전략으로, 차바하 제철소 협력, 유전가스전 개발, LNG·원유 운반선박 수주, 선박검사 서비스, 금융, 보건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란과 협력이 기대된다.

가스·원유생산 최고 '에너지부국'…건설·내수시장 성장 주목

이란은 전 세계 원유매장량의 10%, 가스 매장량의 16%를 차지하는 세계적인 에너지 부국이자 중동 내 제2위의 인구보유국으로 거대한 내수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UAE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중동 최대 수출대상국이며 제4위의 원유도입대상국으로 주요 경제협력 전략국이다. 

이란은 핵 개발 논란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경제·금융제재로 최근까지 난항을 겪어왔다. 하지만 세계적인 에너지 부국인 만큼 원유·가스 부문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이란은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과 거대한 내수시장, 풍부한 지하자원 및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다각화 정책 등을 기반으로 제조업을 발전시켜 왔다. 비옥한 영토와 풍부한 강우량을 바탕으로 다른 중동 산유국에 비해 농업의 GDP 기여도도 높은 편이다. 

이란 정부는 최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에 따른 경제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외국 투자유치를 위해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란 자동차산업의 경우 국영 자동차기업이 전체 시장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65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을 만큼 이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자동차산업 발전을 자국 경제발전의 척도로 인식할 정도로 자동차산업을 중시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해왔다. 한때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는 저가형 자동차 보급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이란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 이란의 ‘국민차’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 테헤란 시내를 달리고 있는 사이파(기아자동차 프라이드) / 위키피디아

에너지부국이란 위상에 걸맞게 이란의 석유화학산업은 풍부하고 저렴한 연료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한 부담과 석유화학설비가 제재대상인 정유생산설비로 전환될 우려로 인해 석유화학 설비에 대한 투자가 기피돼왔다. 이에 이란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에는 특별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에너지 플랜트와 기자재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출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에 우리 기업은 이번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에 따라 이란 석유화학산업 참여 가능 범위와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해 시장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제재 해제의 영향으로 이란산 원유 수출이 증가하고 플랜트 등 대규모 수주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국내 정유·건설업계가 특히 반색하고 있다. 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건설업계는 플랜트 등 대규모 수주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제재 해제로 가스·정유 플랜트 공사 급증 전망

이란은 2000년대 중반까지 가스 및 정유 플랜트 발주가 활발했으나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이후 발주가 중단됐다. 우리나라가 2010년 경제제재에 동참하기 전까지 이란은 해외건설 수주액으로 전체 나라 중 6위, 중동 국가 중 5위를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등은 사우스파 가스전 공사를 비롯해 역대 이란에서만 총 12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하지만 경제 제재가 시작된 이후 이란은 해외건설 수주에서 전체 국가 가운데 17위, 중동 국가 중 8위로 떨어졌다.

대형 플랜트 공사 수주로는 2009년 GS건설이 따낸 사우스파 가스개발사업 6∼8단계 탈황 및 유황 회수설비 공사(13억9000만달러)가 마지막이다. 

건설업계는 이란 경제제재 해제로 인해 가스·정유 플랜트 공사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은 앞으로 1300억∼1450억달러를 투자해 원유시설 등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정비에 필요한 도로·철도·항만·댐 등 토목·건축부문의 인프라 시설 공사도 대거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란은 가스매장량이 세계 1위, 원유매장량이 4위인 나라지만 오랜 경제 제재로 기반시설이 상당히 낙후했다.

이란에서 활발한 공사를 해왔던 대림산업·현대건설 등은 이번 경제 제재 해제를 계기로 신규 수주 참가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기로 했다.

대림산업·현대건설·GS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은 그동안 경제 제재 당시에도 이란 테헤란 등에 지사를 철수하지 않고 공사 관리 등에 필요한 인력은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건설사는 이란에서 평판이 좋았고 기술력도 높기 때문에 수주 경쟁력이 있다”면서 “이번 경제제재 해제로 우리 건설사들이 이란 시장에 다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