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속 출마 선언·탈당·입당…공천 후유증 심각 깜깜이 선거 우려

4·13총선 공천을 놓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계파싸움으로 몸살을 앓고 국민의당은 내분의 불씨를 안은 채 이삭줍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에 대한 공천 결정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일곱 번에 걸친 공천결과에 대해 비박계는 '피의 학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는 김종인표 물갈이에 반발하며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16일 공천에서 탈락한 새누리당 비박계는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등 집단 연대 조짐마저 일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장을 지낸 3선 의원인 임태희(경기 성남 분당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의 결정은 전혀 납득할 수 없으며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며 "고민 끝에 잠시 당을 떠나 출마하기로 했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전날 낙천 발표 소식을 들은 5선의 중진 이재오 의원과 3선 출신인 진영 의원 역시 서로 전화통화를 하며 무소속 출마 쪽에 무게를 실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던 조해진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퇴행 정치를 바로 세우고 잘못된 국회운영을 바로 잡는데 헌신하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시인했다. 인천시장 출신인 안상수 의원 역시 낙천에 반발하며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새누리당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에 대한 공천 결정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공관위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역시 유승민 의원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오늘 유승민 의원 공천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없다"며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지켜 볼 뜻을 내비쳤다. 유승민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새누리당으로서는 만만치 않는 역풍에 맞닥뜨릴 우려가 크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민주 공천에서 제외된 후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친노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은 16일 "나를 떨어뜨리기 위한 저격 공천은 시민들의 공분을 살 것"이라며 김종인 대표측을 향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정대철 전 더민주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의원도 탈당과 함께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해찬 의원은 "(김종인 대표가) 제가 친노 세력 중 가장 선배니까 저를 공천에서 배제해 친노 세력을 척결하려는 상징적인 의미를 얻으려 한 것 같다. 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며 "제가 당을 버린 게 아니라 김 대표의 정략적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다. 선거 후 문제는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며 분개했다. 김우남·이상직 의원 등 공천 심사와 경선에서 탈락한 의원과 예비 후보자들의 반발도 뒤따르고 있어 더민주의 탈당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민주의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 후보자들 중 재심을 청구했던 최재성·전병헌·정청래·부좌현 의원의 재심 요청은 기각돼 탈락이 확정됐다. 윤후덕 의원과 이종윤 의원, 이미경 의원에 대한 재심은 아직 진행중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공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인 김영환 의원은 이날 "계파정치에 희생된 새누리와 더민주의 합리적 보수, 개혁적 진보 세력을 영입하기 위해 문호를 활짝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이날 더민주를 탈당한 정호준 의원이 입당하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이 20석을 채웠다.

   
▲ 더민주 공천에서 제외된 이해찬 의원은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더민주 정호준 의원은탈당과 함께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사진은 지난 4일 호남향우회에 나란히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종인 더민주 대표사진.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공동대표의 야권연대 불가론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했던 천정배 공동대표는 당무 거부 5일만인 이날 복귀했다. 천정배 대표는 "야권연대는 물리적으로 어렵게 됐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로써 김종인발 야권연대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대표간의 공천 힘겨루기는 진행중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정치권의 평가다. 이와 함께 양당에서 탈락한 공천 배제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국민의당 정체성은 물론 '이삭줍기'라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함에 따라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란 우려다. 16일 현재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 등 3당 대진표가 확정된 지역은 전국 253개 지역구 중 42곳에 불과하다. 이러다보니 정책 선거는 아예 엄두도 못낼 판이다.

정치권이 이해와 계파싸움에 함몰돼 결국 국민의 선택권마저 빼앗은 꼴이 된 것이다. 특히 정치신인들에게는 최악의 선거판이다. 후보자 확정이 늦어질수록 자질이나 공약을 검증할 시간이 촉박해 결국 기득권 세력만 덕을 보게 된다. 선거의 또 다른 변수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손'이다.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떠야 하는 이유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