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인기영합 폭력적 입법 러시, 정치실패 미래경제 위협

   
▲ 현진권 한국재정학회 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새해를 하루 앞두고, 국회 여야가 국민들이 전혀 몰랐던 세법개정안을 전격 타협했다.
그 중엔 부자들의 소득세부담을 높이는 안도 포함되었다. 아무런 사전공지도 없이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소득세를 높이는 안을 국민의 대표기관이란 자격으로 처리해 버렸다.

세금정책은 다른 정책과는 달리 당사자의 소득을 뻬잇아간다. 세금문제는 이러한 특성이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소기의 효과를 거둔다. 정부의 폭력적 세금과세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조세법률주의’다. 미국의 독립전쟁도 명분없는 세금 때문에 야기되었다. 영국이 식민지 미국에 세금을 부과한데 따른 세금저항이 독립전쟁으로 표출되었고, ‘대표없는 곳에 세금없다.(no tax without representation)’는 현대 민주주의 세금정책의 기본정신이 되었다.

지금 한국에선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회에서 조세법률주의란 이름으로 거의 폭력적인 세금을 입법화하고 있다. 이른바 민주주의의 실패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오래전에 경고한 ‘무제한적 민주주의(unlimited democracy)’가 우리나라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국민에게 사전공지와 공청회도 없이 새해 하루 전에 여야가 합의해서 부자의 세부담을 높인 것은 분명 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한 것이다.

올해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우리 미래를 어렵게 하는 정치구조이다. 이른바 ‘정치실패(political failure)’다. 작년부터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란 허깨비를 앞세우고, 대중 인기영합적 정책을 경제적 합리성과는 무관하게 추진했다.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세소위가 지난 30일 공청회 등 사전토론도 없이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1억5000만원으로 낮추고, 대기업 법인세 최저한세율도 1%포인트 올리기로 하는 등 대중영합적 입법을 남발하고 있다. 새해에는 무한권력을 휘두르며 우리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국회를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경제주체들을 갑을관계로 이분화하고, 감성적인 정책안을 여야가 서로 개발하려고 경쟁했다.양극화로 사회를 이분화하면, 세상을 단순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구분하면, 소수인 경제적 강자를 세금과 규제로 억압하게 된다. 다수인 경제적 약자에게는 복지확대라는 사탕을 주게 된다. 이래야 다수인 경제적 약자의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제는 양극화 구도처럼 단순하지 않다. 경제는 하나의 생명체다. 전체 개념으로 접근해야 제대로 돌아간다. 부자, 서민 등 집단별로 나누어 서로 다른 정책을 추진하면 경제라는 생명체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

이제 경제정책도 정치과정을 통해 결정되는 시대다. 경제적 합리성을 애기해도 정치인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국회는 국민들로부터 위탁받은 권력으로 무제한적 입법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한국의 미래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수준이다.

개방화 국제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책도 국제규범을 따라야 한다. 지금 우리 국회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우물안 개구리식 대중들의 표만 얻을 것에 골몰하고 있다. 조작과 대중선동으로 정치적 지지를 얻을 경쟁만 벌인다. 국내 정치경쟁이 치열할수록 우린 국제사회의 정책규범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새해엔 국회의 무제한적 입법 권력을 통제하는 장치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무제한적 싸구려 중우정치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한다. 입법권력을 견제하기위해선 ‘제한적 민주주의(limited democracy)’ 구조로 개혁해야 한다. 대중 인기영합적인 정책이 만들어질 수 없도록, 세입내 세출이란 ‘재정규율(fiscal rule)’을 입법화해야 한다.

아울러 조세정책은 정부안을 기본으로 국회에서 합의하도록 해야 한다. 예산은 정부안을 바탕으로 개정할 경우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예산보다 국민에게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세정책은 아무런 제약장치가 없다. 한때 정부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조세법률주의’를 만들었지만, 이제 국회의 무제한적 입법권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세법개정안 정부동의’를 필수사항으로 넣어야 할 시대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 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