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이구동성 "불순 의도 해킹 막기 위해, 조속히 처리해야"
   
▲ 시민단체 사이버테러방지법 테러방지법 집회./연합뉴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 사이버테러방지 등에 관한 법률안(사이버테러방지법)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사이버 안보 공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연이은 정쟁으로 법안은 처리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까닭에 금융권은 개인정보보호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이버테러방지법은 날로 커지는 사이버 위협에 대해 정부와 민간이 참여한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법률안으로 서상기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국정원 소속 국가사이버안전센터 신설, 정부에 사이버위기경보 발령권한 부여, 사이버테러 정보 제공자‧사이버테러 신고자에게 포상금 지급 등 다양한 사이버테러 방지방안이 포함돼 있는 이 법은 '국정원에 과도한 힘을 실어준다'는 이유로 거센 반대에 직면한 상황이다.

특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의 반대가 강력하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사이버사찰법이며 이를 밀어붙이려는 건 도를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야권 주요인사들 또한 사이버테러방지법을 '국정원 키워주는 법'이라는 명목으로 반대하는 실정이다.

오는 22일 오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 등은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테러방지법‧사이버테러방지법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선 테러방지법의 '위헌성'에 대한 언급까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반대 의견이 개진되는 동안에도 사이버테러 위협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정원은 지난 8일 개최된 긴급 국가사이버안전대책회의에서 "인터넷뱅킹 보안 업체의 코드서명인증서(공인인증서 정품 확인서)가 북한 해킹조직에 탈취 당한 사실이 있었다"고 밝혀 충격을 던졌다. 

온라인상에서 사용자가 자신을 인증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북한이 탈취할 수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조속한 대처로 실질적인 피해는 막았지만 북한 해킹의 위협이 얼마나 가까이까지 와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상황의 심각성에 힘입어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사이버테러방지법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엔 심지어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IS(이슬람국가)조차 사이버테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 한국정보보호학회 이임영 회장(순천향대 교수)은 일련의 논란에 대해 "지엽적인 공방에서 벗어나 큰 틀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安保)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본 그는 "사회 각계각층에 퍼진 인터넷 망에 수백만 건이 넘는 공격 시도가 가능한데, 이 중 한 곳이라도 뚫리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면서 "IS가 경향을 주도한 것처럼 향후 테러의 중심은 상당 부분 가상세계로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정원 힘 실어주는 법'이라는 지적에 대해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름이 비슷한 테러방지법에 대한 공세와 맞물려서 덩달아 그런 오해가 생겼지만, 우려되는 부분을 보완하는 장치들을 마련하면 될 문제지 법 처리를 늦추기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렇다고 행정안전부 담당도 아니고 국가안전처도 아니라면 국정원이 담당을 하되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쪽으로 가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국가들은 명칭만 다를 뿐 비슷한 법안을 이미 완비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경우 유독 거부감이 큰 이유에 대해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측면을 지적한다.

김 교수는 "한국은 어떤 업체가 해킹을 당해도 그 업체의 실명을 밝히거나 해킹을 당했다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 상황이 악화될 소지가 크다"면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취지가 국가의 권한 강화라기보다는 해킹을 당했을 경우 여러 기관들이 정보를 빨리 공유해서 사고의 확산을 막자는 데 있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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