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추인 보류 4개 지역구 '무공천'까지도 주장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무성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유철 원내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공천 문제 등을 놓고 고성과 함께 언쟁을 벌인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 중 수차례 "이런 식으로는 (당 대표) 못해 먹겠다"고 공천관리위원회와 친박(親박근혜)계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으며, 자신이 '공천안 추인 보류'를 선언한 비(非)박계 중진 이재오 의원 지역구 등 4개 지역에 대해 무공천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복수의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원유철 원내대표(오른쪽)/사진=미디어펜


24일부터 이틀간 총선 후보 등록일이므로 더 이상 당적 변경을 통한 출마가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4개 지역구를 무공천한다는 것은 해당 지역 당 소속 후보들의 출마 자체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김 대표는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공천장에 대표 직인을 찍지 않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원유철 원내대표는 "선거가 얼마 안 남았는데 당 대표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중간에 그렇게 하면 되겠느냐,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맞섰고, 김 대표는 책상을 수차례 내리치며 "뭐가 너무 하냐. 당신이 나한테 하는 태도가 너무 하지"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그동안 열린 비공개 회의를 비롯해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도 "유승민을 공천하는 게 옳다"는 의견을 내놓은 뒤 오후 기자회견에서 유 의원 지역구(대구 동구을)에 대한 무공천을 "합당한 결정"이라며 공관위에 요구하는 등 친박계와 줄곧 파열음을 내왔다.

이날 오후 9시를 조금 넘어 시작된 회의는 자정을 훌쩍 넘겼고,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유 의원의 탈당·무소속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이재오·주호영 의원 등의 탈당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회의장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 첫날인 24일 0시30분까지 이어진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선 공천관리위가 제출한 비례대표 추천 후보 명단 수정안만 가결됐다. 김무성 대표의 반발로 의결 보류된 안건은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사진=미디어펜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 첫날인 24일 0시30분까지 이어진 심야 회의에선 공관위가 제출한 비례대표 추천 후보 명단 수정안만 가결했을 뿐 김 대표의 반발로 의결 보류 중인 안건에 대해 이렇다할 결론 없이 끝났다.

공관위 부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대구 동을 지역구 문제는 24일 공관위의 결정이 올라오면 (최고위에서)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면서 "서울 은평을과 송파을, 대구 동구갑과 달성군 등 공천안 추인이 보류된 4곳의 지역구는 아직 보류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지역구(후보자) 중 은평을(유재길)은 이재오 의원이 컷오프된 지역, 송파을(유영하)과 동구갑(정종섭)·달성군(추경호)은 이른바 진박(진짜 親박근혜) 인사들이 단수공천을 받은 지역이다.

회의장을 나선 김 대표는 굳은 얼굴로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은 채 국회를 떠났고, 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와의 언쟁을 벌인 것이 "나쁜 뜻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도 공천 과정 중 속상한 게 있으니 그랬겠지만 '힘들어서 못해 먹겠다'고 하니까 선거가 얼마 안남았는데 끝까지 같이 가야지, 나도 순간 욱해서 '이러시면 안된다 잘 끝까지 좀 해야되지 않겠나' 그런 것"이라며 "나쁜 뜻은 아니고 같이 잘 하자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