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에 돌려막기 구태 여전…국민 무시, 유권자 제대로 심판해야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각 정당이 4월 총선 후보 공천을 이제 막 마무리하려는 시점에 불과한데도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유난히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여야가 선거구획정에서부터 진을 빼놓더니 막판까지 막장공천으로 유권자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22일 기준으로 단수추천, 우선추천과 같은 사실상의 전략공천지가 100여곳이 훌쩍 넘었다고 한다. 전략공천을 막고 상향식 공천을 하는데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공천권을 국민에게 드리겠다던 여당 대표의 대국민약속은 깃털보다 가벼운 것으로 막을 내렸다.

만년 야당에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운동권 패권주의 정당에서 벗어나겠다던 더민주는 대국민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선거에 꽤 도움이 될 것 같은 검증된 노정객을 앞세워 대충 시늉만 내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초반엔 꽤 열심히 바꾸려 노력하는 것 같아 점수를 줬던 민심은 막판 비례대표 명단 파동에서 가면을 벗은 음흉한 민낯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 연극도 끝이 났다.

국민은 때가 되면 아낌없이 찍어 주는 호구인가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지만 시작도 안한 20대 국회 공천에서부터 이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건 분명 불길한 징조다. 특히나 앞에선 온갖 입바른 소리를 하면서 뒤로는 돌려막기 공천, 재활용 공천도 불사하는 뻔뻔함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것이야말로 국민과 지역구민에 최소한의 기본 예의도 잃은 막장의 끝이 아니고 뭔가. 국정교과서 등 여러 구설에 오르내리던 황우여 의원은 자기 지역구에서 컷오프 됐다가 험지로 불리는 인천 서을로 공천을 받았다. 이런 사정을 지역 주민들이 안다면 썩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구 달성군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갑자기 중남구로 옮겨가 공천을 받았다. 그 자리는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단수추천을 받았다. 진박 논란이나, 후보자의 능력 문제를 떠나서 여당 텃밭으로 불리는 곳에 이런 식으로 공천하는 것은 오랜 세월 새누리당을 아끼고 지지했던 지역구민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니다.

   

이런 공천이야말로 '텃밭엔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정치적 냉소와 무관심, 불신을 키우는 원흉이다. 그러면 또 야당은 괜찮은가. 더민주당 공천 행태도 가관이다. 컷오프 시켰던 문희상, 백군기, 윤후덕 의원을 구제해 공천했다. 별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당규까지 바꿔 공천했다.

윤 의원은 딸 취업 청탁 의혹을 벗고 검찰 무혐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건 더민주당의 공천이 과연 정상적인 잣대로 이루어진 것인가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다. 대책도 없이 컷오프 시켜서는 '이 후보는 부적절 후보요' 했다가 다시 구제해 '이 후보가 최상이요' 한 꼴 아닌가.

윤 의원의 경우도 더민주당이 후보 부적격 심사를 꼼꼼하게 제대로 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드는 짓이다. 대전 유성갑 경선에서 떨어진 최명길 전 MBC 유럽지사장을 서울 송파을에, 전북 익산갑 경선에서 탈락한 한병도 전 의원을 익산갑에 전략공천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심판하지 않으면 20대 국회도 뻔하다

최 전 지사장의 경우는 특히나 2014년 보궐선거에서 대전 대덕구에 출마한 경력이 있다. 중간에 사퇴하긴 했지만, 2년 전엔 대전 대덕구에 출마했다가 올해엔 유성갑으로 출마했다가 경선에서 떨어지니 다시 서울 송파을 전략공천을 받았다. 더민주당이 유독 특정인을 아껴서 그런 건지 몰라도 도대체 누가 이런 공천을 납득할 수 있겠나.

재활용에도 정도가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최 전 지사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과거 두 차례 MBC 사장직에 도전했던 인물이다. 모두 실패하자 곧바로 야당에 입당해 선거에 출마했다. 송파을 주민들은 더민주당의 이런 식의 정치행위에 진심을 느낄 수 있다고 보나.

익산갑 경선에서 떨어진 한병도 전 의원을 바로 옆 동네로 다시 공천한 것도 민심을 우롱한 처사다. 새정치를 기치로 든 국민의당 처지는 그러면 괜찮은가. 내부에서 벌어지는 공천 후유증은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여야 정당들의 현재 상태대로라면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기록을 갈아치울 것 같다. 정당 공천이란 것이 매번 선거 때마다 원칙과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막장 공천의 원인은 인물난 때문이라고 둘러대기에 급급하다. 그러고도 정치신인은 제대로 키울 생각은 안 한다. 신문과 방송 언론에는 때마다 돌려막기 공천, 낙하산 공천 비판이 반복 된다.

매번 이런 식의 정치가 구태요, 악습이라고 지적해도 도무지 고쳐지질 않는다. 그렇게 똥배짱으로 버티다 민심의 역풍을 맞으면 어디서 그럴듯하게 명분이나 뚝딱 만들어선 다시 새로 시작하겠다고 떠든다. 그리고는 또 되풀이 한다. 이러니 개혁정치, 선진정치는 말잔치로 끝날 뿐이다.

정치권은 늘 국민을 앞세우지만 정작 이들의 행태는 딴판이라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도 다시 증명이 됐다. 제 밥그릇 지키기 싸움에나 몰두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을 깔보는 이런 식의 막장공천이나 하면서 표를 달란다. 진짜 심판이란 것이 뭔지 국민이 보여줄 때가 왔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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