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공천 직인 날인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가 놓고 벌이는 정체성 시비.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야권통합·연대론 반대로 빚어진 당내 갈등.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당 대표들의 리더십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대구 동을), 이재오(서울 은평을) 김영순(서울 송파을)의 지역구를 무공천 하기로 하고 25시간이란 ‘옥새 반란’을 끝냈다. 대구 동을 이재만, 서울 은평을 유재길, 서울 송파을 유영하 후보는 졸지에 무소속 출마도 못하는 오리알 신세가 됐다. 유영하 후보를 제외하고 이재만, 유재길 후보는 김무성 대표를 향해 분통을 터트렸다.
김무성 대표는 ‘절반의 봉합’으로 끝난 공천 논란을 두고 ‘성과’라고 평했다. 하지만 정가의 반응은 다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차기 권력과 현 권력의 충돌로 해석하며 총선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무성 대표의 막판 옥새 파문이 향후 권력 구도에 적지 않을 파장을 불러올 불씨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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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공천 직인 날인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와 정체성 시비로 리더십에 상처를 받았다./사진=연합뉴스 |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유승민·이재오 의원을 구하기 위해 옥새 반란으로 배수진을 친 것은 스스로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을 예고한 것이다.
막판 뒤집기로 출마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후보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도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갈등과 파벌도 문제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숙제는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의 대표로서 현 정권에 대한 반기로 비춰질 수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더민주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례대표 셀프 공천을 놓고 사퇴 일보직전까지 갔던 김종인 대표를 문재인 전 대표가 주저앉히기는 했지만 불안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 대표의 자중요구에도 4·13 총선 후보등록이 시작되면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공천이 끝나자마자 총원지원을 통해 당의 실질적 주인이라는 것을 각인 시키는 행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의 동거를 불안하게 보는 것은 정체성의 문제에 있다. 친노패권주의와 운동권 청산을 대국민 약속으로 내건 김종인 대표의 물갈이는 막판 비례대표를 놓고 빛을 바랬다. 김종인 대표는 결국 견고한 벽을 넘지 못한 채 스스로가 갇힌 꼴이 됐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문재인 전 대표의 반격성 발언이 쏟아졌다. 유세전에 돌입한 문재인 전 대표는 “운동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본 것”, “정청래 의원 공천 탈락은 잘 못 된 것”이라며 김종인 대표와 다른 목소리로 유권자를 현혹하고 있다.
당 대표시절 내내 리더십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문재인 전 대표는 분당과 탈당 사태를 맞으면서 억지로 물러났다. 문 전 대표가 내세운 사람은 김종인 대표였다. 소나기를 피하자 문재인 전 대표는 본래의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는 “제 말과 김종인 대표 말이 다르지 않다”고 에둘러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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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례대표 셀프 공천을 놓고 사퇴 일보직전까지 갔던 김종인 대표를 문재인 전 대표가 주저앉히기는 했지만 불안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두 사람은 ‘오월동주’를 하고 있는 셈이다. 김종인표 물갈이의 물꼬가 막히면서 결국 더민주는 문재인표 ‘도로 민주당’으로 본색을 찾아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잇단 선거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책임지지 않는 리더십으로 분당과 탈당 사태를 맞았다. 급구한 임시사장이 문종인 대표였다.
양지만 좇은 김종인 대표는 자기의 색깔을 내세웠지만 돌아온 것은 친노와 운동권을 아우른 더민주 기득권세력의 반발이었다. 체면을 구길 대로 구긴 채 당에 남기로 결정한 것은 김종인 대표 본인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잔류를 결정하자마자 보이지 않는 반격의 칼이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연일 지역구를 돌며 선거 유세전에서 당 정체성을 거론하며 김종인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종인 대표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반대로 문재인 전 대표의 친노·운동권을 향한 구애는 높아지고 있다. 정가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총선이 끝나면 파탄날 수밖에 없다고 예단한다.
김종인 대표로서는 바지사장역만 하다가 결국 주인이 되돌아 오면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총선 이후 당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반면 문 전 대표는 이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둘의 관계가 기존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서 경쟁관계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문재인 대표는 대선 길목으로 가는 중간 지점에서 지지층 결집에 자연 초점을 두면서 김 대표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불거지면 당내 기반이 약한 김종인 대표가 떠날 수밖에 없다. 책임지지 않는 리더십 문재인 대표가 김종인 대표를 내세워 리더십 회복을 꿈꾸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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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실패하면 야권통합·연대를 주장했던 김한길 의원과 천정배 대표, 그리고 일부 의원들까지 안철수 대표에 책임을 물을 것은 뻔하다. 안철수의 대표의 리더십도 총선 후 도마 위에 오를 것은 명약관화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당 역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야권통합·연대의 후유증에 이어 낙천한 특정후보 지지자들의 난입·난동사태까지 겪었다. 안철수 대표와 야권연대로 각을 세웠던 김한길 위원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탈당 인사 영입으로 당 정체성 논란에 이어 ‘이삭줍기’라는 불명예도 얻었다.
천정배 공동대표와 향후 관계형성도 문제다. 안철수 대표는 “총선의 목표는 3당 체제의 정립이다. 총선결과에 대해 당 내부 의원들이 아닌, 어쨌든 대표로서 국민께 책임을 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야권 통합-연대론에 반발하며 ‘차라리 광야에서 죽겠다’고도 했다. 호남을 무기로 수도권으로 북상하려던 안철수 대표의 바람은 더민주의 탈당파가 줄어들면서 빗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이삭줍기’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을 영입해 교섭단체구성에는 성공했지만 떳떳하게 내세울만한 가치가 아니다. 더욱이 총선에서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면 역탈당 사태까지 우려된다.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실패하면 야권통합·연대를 주장했던 김한길 의원과 천정배 대표, 그리고 일부 의원들까지 안철수 대표에 책임을 물을 것은 뻔하다. 안철수의 대표의 리더십도 총선 후 도마 위에 오를 것은 명약관화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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