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물가가 안정됐을 때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제 위험이 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제적 경제위기 방지와 물가안정정책의 한계'라는 보고서에서 "물가안정만으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기약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통 한국은행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아닐 때 경제가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박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1929년 미국발 대공황, 1990년대 일본의 '버블'(거품) 붕괴, 1997년 말 한국의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는 물가가 안정됐을 때 촉발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22년부터 대공황이 발생하기 직전이던 1928년까지 7년 동안 미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0.02%에 불과해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 한국에서 외환위기 직전인 1995∼1997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4.6%로 그 이전 5년인 1990∼1994년 평균 7.04%보다 크게 낮았다.
그러나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은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위험요인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했더라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박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당시 과도한 신용팽창 등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위원은 "위기의 씨앗이 자라는 동안 중앙은행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기미조차 없었다"며 "중앙은행이 물가안정만 추구하면 위기상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작년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시작을 계기로 각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중요해졌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이제까지는 돈을 풀기만 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경제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풀려나간 돈을 거두어 들여야 하는 새로운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큼 극도의 물가안정세가 진행되고 있다며 "과거 역사를 보면 지금처럼 물가가 안정됐을 때 오히려 (경제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경기 회복도 중요한 정책과제이지만 지금은 금융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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