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현대판 음서제'라고 할 수 있는 고용세습을 단체협약에 규정한 기업이 694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10곳 중 4곳은 단체협약에서 현행법에 어긋나는 유일교섭단체 등 규정을 유지했다. 정부는 시정명령을 내린 후 이를 따르지 않으면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100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 2769곳의 단체협약 실태 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현행법을 위반한 단체협약이 1165개(42.1%),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협약이 368개(13.3%)에 달했다. 위법하거나 불합리한 내용을 하나라도 포함한 협약은 1302개(47.0%)였다.

위법 내용별로는 특정 노조에게만 단체협약 협상 권한을 주는 '유일교섭단체' 규정이 있는 사업장이 801곳(28.9%)에 달했다. 이어 우선·특별채용(694곳·25.1%), 노조 운영비 원조(254곳·9.2%) 순이었다.

상급단체별 위반율을 보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 47.3%로 가장 높았다. 한국노총 사업장은 40.6%, 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미가맹 사업장은 38.2%였다.

기업 규모별로는 종업원 300∼999명 사업장 위반율이 47.0%로 가장 높았다.

우선·특별채용과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이 있는 단체협약 비율은 상급단체별로는 민노총 사업장, 기업 규모별로는 1000명 이상 사업장에서 가장 높았다.

우선·특별채용 사업장 694곳 중 업무상 사고·질병·사망자 자녀나 피부양가족을 우선 채용토록 한 사업장은 505곳(72.8%)이었다. 대기업 중에서는 현대차, 대한항공, LG유플러스, 현대오일뱅크 등에 이 규정이 있었다.

정년퇴직자 자녀를 우선·특별 채용토록 한 사업장도 442곳(63.7%)에 이르렀다. 대기업 중에서는 기아차, 대우조선해양, 현대제철, 한국GM 등에 관련 규정이 있었다. 

업무외 사고·질병·사망자 자녀(117곳), 장기근속자 자녀(19곳), 노조 추천자(5곳)에 대한 우선·특별채용을 규정한 사업장도 상당수였다.

고용부는 위법한 단체협약을 노사가 자율 개선토록 시정기회를 주되, 개선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사법조치 등 강력하게 대응키로 했다. 노조법에 따르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인사·경영권 제한 등 불합리한 사항은 사업장 방문, 간담회, 모니터링 등 다양한 현장지도로 노사가 자율 개선토록 지도할 계획이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으로 청년 구직자들의 공정한 취업기회가 박탈되고, 노동시장 내 격차 확대와 고용구조 악화가 초래된다"며 "이러한 단체협약을 노사가 사회적 책임을 갖고 반드시 개선할 수 있도록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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