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민낯 드러내고 하향 평준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여야 할 것 없이 민낯을 다 드러낸 공천이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이번 20대 총선을 위한 여야 공천에 대해 한마디로 하향 평준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정당의 공천 과정은 향후 한국정치를 이끌 인적쇄신할 기회이다. 4.13총선을 위한 각 당의 공천 결과도 최소한 앞으로 4년간 한국정치의 향배를 예측케 한다. 

박 원장은 “비록 유권자의 심판이 남았다고 하더라고 정당의 정치지배력을 감안할 때 정당공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면서 “그런데도 이번 공천 과정은 상당히 비민주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한국정치에서 정당 간 경쟁은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 편”이라면서 “하지만 각 정당 내부 경쟁인 공천 과정은 아직까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번 공천 결과에 대해 박 원장은 “현실정치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했다. “기존 정당과 선거, 의회 시스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직접정치의 시스템과 의식이 필요하다는 초일상의 정치”라는 말이 나올 법한 또 한 사례로 남게 된 셈이다.

이번 공천을 둘러싸고 빚어진 분당·탈당 사태와 계파 갈등은 과거의 이념·지역 대립과는 분명 다르다. 박 원장은 “과거처럼 민주 대 비민주 대립 또, 지역주의에 의존하거나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표심 잡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자(정치인)가 수요자(유권자)의 눈높이를 크게 못 맞추고 있는 현실을 방증했다”며 “정치권의 각성이 부족한 점도 있지만 특히 이번 분당 탈당 사태는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공천작업 때문에 비롯됐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박 원장은 “이제 한국정치에서도 독과점이 허용되어선 안된다”면서 “작은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미니정당, 무소속의 설 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무당층 내지 정치에 냉소적인 국민들의 수요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원장이 말하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여야 3당의 공천 과정에 대한 성적표이다. 

새누리당, 당내 경쟁구도 강점 잃고 ‘턱걸이 공천’

“사실 새누리당의 친박과 비박 간 대립 구도는 상당기간 유지되면서 나름 집권당으로 만든 원동력이 되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뿌리인 한나라당은 역대 한국 야당사에서 가장 강력한 야당의 존재감을 가져왔다. 가장 큰 이유는 친이계와 친박계의 대립과 대결구도가 정당 안에서 경쟁구도로 유지된 데 있다. 작은 갈등에도 쉽게 분열과 탈당으로 이어지는 야당과 비교할 때 이런 전통은 큰 강점이었다.

그런데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의 질은 이러한 기존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켰다. 결국 국민을 의식하는 정당공천이 아니라 총선 이후 당내 권력지형과 대권을 향한 정치공천을 하고 말았다. 

새누리당의 공천은 친박과 비박 중 어느 쪽의 승리라고도 말할 수 없게 어정쩡하게 끝이 났다. 비례대표마저도 새로운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은 당선 가능한 인물 위주로 했다는 점에서는 성공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국민의당의 탄생에 따라 수도권 지역에서 야권 분열이 생겼으므로 선거 결과 최소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턱걸이 공천’으로 평가할 수 있다.”

   
▲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29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20대 총선을 위한 여야 공천에 대해 "한마디로 하향 평준화됐다"고 평가했다./사진=미디어펜


더민주, 김종인 카드의 명암에 좌우 ‘낙제 면한 공천’ 

“더불어민주당은 당의 취약점이던 이념적으로 편향된 인적 구성에서 탈피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고, 이번 공천에서 친노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해찬 의원 등 핵심 현역의원들을 낙천시킨 것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당을 끝내 분당으로 내몰고 처음 국민의당이 탄생했을 초기에만 해도 더민주는 대거 탈당파가 예견되는 등 제3당으로까지 떨어질 위기를 겪었다. 이후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공천 과정에서 이 정도의 친노패권 청산으로도 당의 구도 면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행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김종인 효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더민주는 경제를 모르는 무능한 정당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 만큼 김종인 대표가 집권여당의 ‘경제심판론’을 기치를 내걸고 나선 만큼 더민주가 내놓을 경제공약과 이에 따른 민심의 향방이 주목된다. 문재인 전 대표 입장에서도 당이 안정을 유지하고 자신의 지지율이 올랐으니 당장 정체성 문제 정도는 접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민주의 공천 결과에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 특히 호남지역의 공천은 참으로 무성의했다. 끝내 정동영 전 의원을 영입하지 못했고, 호남 주도권을 잡지 못한 것은 전략의 실패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가령 김상곤 혁신위 위원장이 호남에 출마하고,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지역에서 선거 지원을 펼쳤어야 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에게 전권을 넘겨주다보니 잘 안됐다. 

명심할 것은 집토끼를 놓치면 수도권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지지율을 회복한 문재인 전 대표의 선거지원에 따른 효과, 김종인 대표와의 새로운 갈등 고조 등 당의 최대 위기에 문 전 대표가 꺼내 든 ‘김종인 카드’의 명암이 이번 총선 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에서 더민주의 이번 공천은 ‘낙제를 겨우 면한 공천’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당, 제3당으로 ‘생존 자체로 성공’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에서 선방한 것이 큰 성과이다. 물론 더민주가 호남지역 공략에서 실패한 덕에 어부지리 효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호남지역에서라도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한 창당 작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 안철수 대표가 강한 집념을 보여주면서 ‘정치인 안철수’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감을 가진 안철수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40석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역구 당선에다 정당투표에서 표를 많이 받아서 비례대표 당선자 수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자신의 측근으로 공천관리위원으로 위촉했던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과 김지희 직능위원장 등을 공관위원 직을 사퇴시키고 비례대표 후보에 신청하도록 한 것은 계파 간 나눠먹기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불러왔다.

호남 지역에 더민주에서 탈당한 구 인물을 대거 공천한 데다 비례대표에서 계파 나눠먹기까지 새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당의 공천은 제3당으로서 ‘생존하고 있는 것 자체로 성공’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총선 이후 2가지 변수 요인을 안고 있다. 첫째, 안 대표가 20대 총선 노원병에서 선출되지 못하는 경우이다. 둘째, 총선 이후 당선된 의원들이 다시 탈당하는 경우이다. 셋재, 당내에서 천정배 의원 등 다른 계파 의원들이 또다시 변화를 주도하며 안 대표와 맞설 때 또다시 당의 존립을 흔드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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