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총수 대탐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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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용 전 SK그룹 사장, 효성그룹 상임고문 |
현장에서 직접 경영을 해 본 경험에 따르면 어떤 프로젝트건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덤벼들면 성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한국의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수없이 많은 보고서가 나왔는데 며칠 밤을 지새우고 찾은 일본정부의 한 보고서는 그 논의를 완전히 역전시켜 버린 적이 있다. 요금체계야 마케팅부서의 일이었는데 그걸 내 일로 맡고 덤벼든 홍보담당자의 주인의식이 그런 성과를 가져왔다.
경영자 단계에 가면 오너십은 더 큰 열정으로 변한다. 7시 반 조찬회의에 나오면서 “다른 회의 마치고 오느라고 조금 늦었어”라고 하던 정주영 회장. 밤 10시에 일을 마치고 TV로 중계되는 축구시합을 보다 12시경 수행비서가 문 앞에서 서성대는 모습을 보고 “회장님 아직 계시느냐”고 그랬더니 “사무실에서 밤새실 것 같다”고 하던 김우중 회장의 모습, 회장 앞에 갈 때는 미리 화장실을 다녀와야 한다는 삼성의 승지원 심야회의 등은 불같이 일하는 오너들의 모습이자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기업문화의 단면들이다.
그러나 오너 한 사람의 성공스토리에만 집착하는 기업문화는 덜 지속적이다. 강력한 오너가 있으면 개인으로서보다 팀으로서 결정을 내릴 때 더 모험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모험이행”으로부터는 좀 더 안전한 이점이 있다.
그러나 몇 차례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차츰 자기 결정을 과신하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이를 경계하는 기업문화가 세워져야 한다. 결국 구성원 개개인이 오너십의 주체로서 회사에 직언할 수 있을 때 확증편향을 막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없는지 우린 비교적 잘 안다.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기업문화가 실패를 막고 성공으로 기업을 인도할 수 있다.
오너는 배로 말하면 노를 젓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배를 고르는 사람이다. 한 회사가 성공을 거두려면 올바른 산업에 진출했는가가 더 결정적이다. “노를 잘 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애당초 좋은 배에 타는 게 훨씬 낫다.” 워런 버핏이 했던 말이다. 이런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오너의 몫이고 회사에 물려줄 가장 소중한 기업가정신이라 할 수 있다../권오용 전SK그룹 사장, 효성그룹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