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정주영…북한에 소떼를 보내준 사람? 교과서에 기업가정신 담아야
“이봐, 해봤어?” 현대그룹 창업자 고(故) 아산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이 응축되어있는 한마디다. 아산이 기업을 시작할 당시 한국은 아프리카 가나 수준의 최빈국이었다. 그럼에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경부고속도로, 중동진출, 조선사업, 자동차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어내며 한국경제 성장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이것이 정 창업주의 서거 당시 미국의 타임지가 그를 ‘다른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을 해낸 사람’으로 평가한 이유다. 아산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이 오늘날 한국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은 더욱 크다. 저성장의 돌파구로서 창의력과 도전정신 등의 가치가 절실한 요즘이기 때문이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아산의 서거 15주기를 맞이하여 그의 생애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자유경제원이 21일 리버티홀에서 주최한 ‘이봐, 해봤어?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을 기리다’ 정주영 서거 15주기 기념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최종부 경제진화연구회 부회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내 산업화의 기둥이었던 정주영 회장이 흐려지고 있다”며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 참석했던 학생들이 아산 정주영에 대한 무관심이 클 정도”라고 지적했다. 최 부회장은 “8종교과서 모두에 노동자 전태일이 쓰여있지만 대표적 기업가인 삼성 이병철 회장과 LG 구인회 회장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며 “정주영 회장은 5종의 교과서에 쓰여 있지만 모두 소떼를 북한에 보내준 사람으로만 나온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교과서에 아산 정주영 등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기술하여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감동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최종부 부회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종부 경제진화연구회 부회장
어렴풋하지만 어렴풋해서는 안 될 그 사람 – 정주영

서거하신지 벌써 15주기가 되었다. 강인한 카리스마로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낸 정주영 회장. 대단했던 그의 업적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둥이 되었고 그가 일궈놓은 ‘현대’라는 기업은 아직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갈수록 ‘정주영’이라는 이름이 흐려지고만 있는 듯하다. 필자의 경험에서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작년의 이야기이다. 대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업대회 중에 가장 큰 권위를 가진 대회는 바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이다. 엄청난 상금과 여러 기업의 실질적 후원을 받을 수 있는 대회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참여 열기는 뜨겁다.

 이 대회에 지원했던 학생 중 몇 명이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었고 대회준비에 몇 가지 이야기들을 하며 정주영 회장에 대한 대화를 나눠볼 기회가 있었다. 결과는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지원했던 학생 중 몇 명은 정주영을 정약용으로 착각하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싶어서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지 반문을 하니 “배운 적이 없다.”, “관심이 없었다.” 혹은 “돌아가신 현대회장까지 알아야 하느냐” 등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정주영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체감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다음의 자료를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위 자료는 리서치 전문업체인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2014)을 나타낸 표이다. 다행스럽게도(?) 정주영 회장은 6위에 올라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연령별 조사를 보면 13세 ~ 18세에서는 0%이고 19세 ~ 29세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3%만이 정주영 회장을 존경한다고 응답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표를 보아도 결과는 비슷하다.

   


성과 연령별로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을 설문한 이 표에서 10대와 20대 중 정주영 회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당연히 정주영 회장을 존경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가 무조건적으로 존경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위 결과의 원인이 정주영과 기업가를 가르치지 않는 교과서에서부터 있다고 판단했다.

8종의 한국사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는 것을 조사해본 결과 8종교과서 모두에 전태일이 기술되어 있는 반면 한국의 대표적 기업가인 이병철 회장과 구인회 회장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정주영 회장은 5종의 교과서에 쓰여는 있지만 모두 경제와 기업에 관련해서가 아닌 남북관계를 다룬 부분에서 소떼를 북한에 보내준 사람으로만 나온다.  

이와는 정반대로 미국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는 경제성장을 주도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고 한다. 미국 교과서는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와 금융왕 존 모건, 석유재벌 존 록펠러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고 새롭게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도 등장한다고 한다. 

기업인에 대한 공과를 구분지어서 설명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돕지는 못할망정 기술조차 해놓지 않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무지와 대한민국 발전사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게 한다. 위와 같은 교과서 기술이라면 정주영 회장이 10대와 20대에서 존경받는 사람으로 되어있지 않은 게 너무도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조선소를 만들었던 우직함,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의 감동, 아산만을 개발했던 기발함과 같은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담긴 여러 이야기들은 그저 학교선생님들이 가끔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야사 정도로 치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6·25전쟁 직후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60여년 만에 세계 15위권의 경제 규모를 이룩한 성공의 이야기를 교과서에 넣어서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뿐 아니라 기업인이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부분도 교과서에 균형 있게 쓰여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기술하여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감동의 이야기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전태일 분신사건이 경제 발전 과정에서 있었던 중요한 사건이라면 한국의 기업인들이 철강, 조선, 자동차 등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킨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지 않겠는가. 학생들이 근로자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배우는 것은 더 중요할 것이다.

   
▲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5종의 한국사 교과서에 쓰여 있지만 모두 경제와 기업에 관련해서가 아니라, 남북관계를 다룬 부분에서 소떼를 북한에 보내준 사람으로만 나온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대한민국의 발전은 기업의 발전과 비례하였다. 아니 기업의 발전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역사를 모르고 발전의 역사를 모른 채 민주화만을 배우는 교육이라면 너무도 균형이 깨져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영인들의 모임 사이트에서 역대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최고 어록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이봐 해봤어?” 라는 말을 ‘꼰대’들의 전유물로 치부해버리는 사회라면 그 어떤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흙수저 계급론이 창궐하고 개인의 노력과 발전에 대한 무기력함이 팽배해져 있는 지금이 정주영 회장을 다시. 제대로 배워야 하는 골든타임일 것이다. /최종부 경제진화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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