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고 품격이다. 옛부터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고 했다. 즉 입(말)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라 했다. 혀는 몸을 베는 칼이란 뜻의 설참신도(舌斬身刀)도 있다. 모두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경계의 말이다. 4·13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정치권에 또다시 막말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는 자신의 정치생명은 물론 당의 운명까지 뒤흔든다. 정치인들의 말속에는 뼈가 있고 노림수가 있고 행간을 읽어야 할 만큼 함축된 의미가 담겨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그 누구보다도 말에 대한 책임이 중요하다. 인성과 품성은 차치하고라도. 더불어민주당은 공천과정에서 막발 논란을 일으킨 정청래 의원을 낙천시켰다. 그런 더민주가 또 다시 막말로 원성을 사고 있다.
한번 거칠어지기 시작한 말은 쉽게 순화가 되지 않는다. 더 거칠어지고 더 험해지고 더 악해지고 더 독해진다. 더민주의 주진형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의 경우다. 주진형 실장은 금융계에 종사하다 지난 2월 김종인 대표의 부름을 받고 정치권에 입문했다. 한 달 남짓 정치권에 몸담은 정치초년생이다. 그런 그의 입이 도를 넘은 ‘망언’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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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1호 영입인사이자 최측근으로 통하는 주진형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의 막말이 도릉 넘고 있다. 사진은 김종인 대표(오른쪽)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는 주진형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 /사진=연합뉴스 |
김종인 대표의 1호 영입인사이자 최측근으로 통하는 그는 30일 첫 경제브리핑에서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집에 앉은 노인을 불러다가 그 분 입을 통해 50년 전부터 하는 얘길 다시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국회의원 10년 하고 놀고 있는 분을 얼굴마담으로 쓰는 거다. 완전 허수아비”라며 “강봉균씨가 인격적으로 이상한 분이 아닌 걸로 알았는데 노년에 안타깝다”는 인신공격성 비난도 서슴치 않았다.
정치권에 발 담근 지 한 달 남짓만에 쏟아내는 그의 발언에 더민주 후보들도 황당해 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정치불신을 조장하는 막말을 하지 않겠다는 새정치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여기저기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며 지도부의 강력 대처를 요구했다.
주진형 부실장의 독기서린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부르며 “박근혜 정권은 2가지로 점철되는데 ‘독살 맞거나 무능하거나’”라고 하는가 하면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을 ‘극혐’,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을 “무능해서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사람”이라고 폄훼했다. 안하무인이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경제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세계은행 컨설턴트로 금융계에 발을 들여 놓은 그는 삼성증권 전략기획실장, 우리투자증권 리테일 사업본부장,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지냈다. 반면 그는 파격행보와 거침없는 말로 ‘돈키호테’,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도 얻었다. 한화증권 구조조정 당시 “직원 이탈로 문제가 생기면 점포 문을 닫으면 되지 무슨 문제냐”는 막말 발언으로 직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진형 부실장의 막말은 정치 불신 조장이 아니라 인신공격이다. 그의 독기서린 말은 현직 대통령, 전직 장관, 의원 등 가림이 없다. 정치 선배도 없다. 그의 막말 수준은 가히 역대급이다. 심각한 불신과 정치혐오증에 불난 국민의 가슴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막말 퇴출을 외쳤던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1호 영입인물이란 점에서 더욱 기가 차다. 막말 정치의 악령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머리와 가슴은 비운 채 입으로 하는 못된 정치부터 배우는 게 우리 정치현실일까. 언제까지 치기 어리고 저급한 오염된 말을 들어야 할까. 지켜보는 국민은 그저 울화통이 치민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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