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외국계 증권사들의 예측대로 8조원 초반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되자 국내 증권사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이 빗나간 이유가 삼성전자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인해 투자자들의 국내 증권사 신뢰도는 또 한번 금이갔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장 시작 전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59조원, 영업이익 8조3,000억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14%, 18.31% 급락한 '어닝쇼크'였다.  

사실 이번 삼성전자 실적발표의 관전 포인트중 하나는 당초 8조원 대로 낮게 예측한 외국계 증권사와 9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국내 증권사 중 어느 쪽이 더 정확할 것인가였다.

결과는 외국계 증권사의 완승이었다.

당초,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 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일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8조원 대 중반으로 내려잡았다. 이 회사는 보고서에서 "작년 12월 스마트폰 판매가 급격하게감소해 부품부문 매출에 악영향을 줬을 것" 이라며 "원화 약세와 특별 상여금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외국예 증권사인 BNP파리바도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8조7,8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4% 감소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판매 둔화에 따른 관련 핵심 부품의 수요 부족과 가격하락 압박, 급격한 원화 절상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의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의 전망치 평균은 9조7,000억원이었다. 이는 3개월 전인 10조2,600억원이던 전망치를 대폭 수정한 수치였지만 그마저도 외국계보다 5,000억원 이상 많았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의 엉터리 예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7월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10조원 이상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9조원 중반에 머물러 낭패를 봤다. 당시 외국예 증권사들은 이를 정확히 예측했다.

잇따른 실적 예측 실패에 국내 증권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예측을 내놓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투자자들의 국내 증권사에 대한 신뢰도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떄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며 "그 대상이 특히 삼성전자라면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가 더 힘든 것 아니겠느냐"라고 섫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