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 혐의로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과 핵심 경영진을 구속수사하기로 했다.

7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수천억원대 CP·회사채를 판매해 투자자를 속이고 계열사를 동원해 부당 지원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횡령)로 현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정진석(57) 전 동양증권 사장, 김철(40)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 이상화(45) 전 동양인터내셔널 사장 등 동양그룹 핵심 경영진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 회장은 지난해 7~9월 ㈜동양의 재무상태가 부실해지자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1568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판매해 투자자를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지난 2012년부터 1년6개월 동안 담보도 제대로 잡지 않고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계열사에 1조5621억원 상당을 대출해주는 등 편법 지원을 지시·묵인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현 회장이 동양그룹의 자금 상환능력이 없는 사실을 알고도 분식회계, 허위공시 등을 통해 회사 부실을 감추고 어음 발행을 지시했고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는 임직원들에게 어음 판매를 독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동양증권은 ㈜동양의 전체 어음 발행규모 중 절반 이상인 1000억원 어치를 법정관리 직전인 9월에 집중 판매했으며, 또 지난해 7~9월 4132억원 상당 기업어음과 1391억원 규모의 회사채 등 모두 5523억원 상당을 팔아치웠다.

그러나 동양그룹은 계열사 자금지원에도 경영난이 심해져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 주요 계열사 5곳에 대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어음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다.

검찰은 현재 현 회장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 부당 이득을 챙겼거나 동양시멘트 등 계열사에 대한 호재성 투자정보를 흘려 시세차익을 얻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동시에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계열사 편법 지원이나 분식회계 창구로 이용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에서 350억원, 동양시멘트에서 100억원을 각각 빌려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에 각각 290억원, 420억원을 편법 대출해준 의혹이 짙다.

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16일~17일, 19일 등 세차례 검찰조사에서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어음 발행이 불가피했지만 판매 과정에서 고의로 피해를 줄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법정관리 전 시세차익이나 계열사 편법 지원 의혹 등에 대해서도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 회장과 공모한 핵심 경영진도 사법처리했다.

현 회장의 지시로 사기성 CP 판매를 독려한 정 전 사장에 대해서는 특경가법상 사기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사장은 특경가법상 배임 및 횡령, 이 전 사장은 특경가법상 사기 및 배임·횡령 등의 혐의다.

김 전 사장 등은 임의로 수백억원대 회삿돈으로 동양레저 등 부실한 기업어음을 임의로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현 회장과 정 전 사장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보강 수사를 거쳐 이달 중순께 일괄 기소할 계획이다.

현 회장 등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오는 9일이나 10일께 법원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경실련은 현 회장 등을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동양그룹 5개 계열사 경영진 39명을 추가 고발했고 같은달 동양증권 노동조합도 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금감원은 동양그룹의 기업회생절차를 앞두고 임직원들에게 사기성 CP 판매를 독려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정보를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동시에 동양증권이 고급 빌라인 '라테라스 한남'을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해 ㈜동양을 부당 지원한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 자료를 검찰에 통보했다. [미디어펜=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