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객 투자금을 멋대로 사용하다 큰 손실을 입히는가 하면 아예 계좌번호를 빼내 몰래 인출하는 범죄행위도 저지르고 있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동양사태 여파로 증권사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분위기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증권사 제재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한 해 금융당국이 위법행위를 이유로 문책을 요구한 증권사 임직원은 무려 232명에 달했다.

제재 사유도 고객자금 횡령, 투자일임재산간 거래 금지 위반, 타인명의 계좌알선 등 다양했다. 시세조종 전문가 등과 결탁해 주가조작범죄를 저질러 구속된 사례도 있다.

임직원 제재를 가장 많이 받은 증권사는 교보증권으로 모두 40여명이 문책을 당했다. 제재 내용은 임원에 대한 주의적 경고(1명), 정직(1명), 견책(2명), 주의(26명), 과태료 부과(2명) 등이다.

하나대투증권(30명), 신한금융투자(26명), 미래에셋증권(19명) 등 대형 증권사 임직원들도 제재를 많이 받았다.

고객은 증권사 직원을 믿고 계좌관리를 맡겼지만 정작 직원은 수수료 수익에 혈안이 돼 주식을 마구잡이로 매매하는 통에 엄청난 손실을 보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다.

증권사 영업직원들은 관리계좌를 통한 수수료 중 최대 40%를 인센티브로 받게 돼 있어 증권사들이 구조적으로 이런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어렵다. 

증권사 직원이 투자자의 위임을 받아 매매종목, 시기, 수량 등을 주도적으로 거래하는 '일임매매'의 경우 관련 손실보전이나 이익보장이 금지돼 있어 만약 손해가 나면 그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모두 돌아간다.

구조적인 문제 뿐 아니라 증권사 직원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선 경우도 빈번하다.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펀드 상품을 통해 투자 자금을 모아 멋대로 투자하다 손실이 나는가 하면 고객 계좌번호를 몰래 빼내 투자하는 범죄 행위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강화되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도덕 문제라고 치부하고 넘어가면 문제 해결이 어려워 회사에도 동반 책임을 묻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증권사 직원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져버리고 있다"며 "증권업계의 풍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증권사 내부에 통제 시스템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현재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분위기인데 자체 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윤리·도덕 의식을 높이고 직원 내부·상호간 체크를 하는 등 금융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금융사고가 발생한 회사에 엄격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며 "개인만 처벌하고 법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