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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
마부작침(磨斧作針)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있게 노력하고 인내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SBS는 이걸 조금 다른 의미로 쓰는 것 같다. SBS가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마부작침’이란 코너에 ① 예외는 없었다 ② '노무현-이명박-박근혜' 권력자의 욕망 ③ "최대한 하지마" 법치 준법의 상징 '대.통.령', 이런 제목들로 올라온 ‘대통령 선거개입’ 연속 기획 기사 때문이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까지 선거개입 역사를 동영상과 카드뉴스, 장문의 기사를 섞어 소개한 콘텐츠로 방송용이 아니라 인터넷용 기사다. 장황하게 썼지만 간단하게 이 기사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이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개입하는 언행으로 정치중립 의무 위반의 혐의가 크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 개입하다 탄핵 소추까지 당했는데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탄핵감이 아니냐는 것이다.
SBS의 이 시리즈 기사는 작은 꼬투리라도 잡았다 할라치면 박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좌파언론들의 조잡스럽고 야비한 행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특히 <"최대한 하지마" 법치 준법의 상징 '대.통.령'> 기사 작성자로 돼 있는 권모 기자는 마치 박 대통령의 언행에 심각한 법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과거 노 대통령 탄핵 사건까지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과 같은 발언이나 3월 대구지역을 방문한 것이나 선거 개입 행위이고 정치중립 의무 위반이 아니냐는 논리 위에 헌재 판결까지 끄집어내 연결 지은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쓴 기자나 이걸 기사라고 내건 SBS는 큰 착각을 하고 있다. 아니 의도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을 비교해 대통령 탄핵을 선동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경우와 탄핵사태까지 갔던 노 대통령의 선거개입 경우는 수준이나 질적으로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SBS는 엉터리 기사로라도 열심히 선동해보겠다는 의미로 마부작침을 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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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는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과 같은 발언이나 3월 대구지역을 방문한 것이 선거 개입 행위이고 정치중립 의무 위반이 아니냐는 논리 위에 헌재 판결까지 끄집어내 연결 짓고 있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열린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 참석, 창조경제 혁신상품 전시관에서 VR(가상현실) 콘텐츠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차원이 다른 문제를 억지 비교한 SBS의 노골적인 정치개입
SBS가 노무현 탄핵사건을 상기시켜가며 문제라고 트집을 잡은 박 대통령 발언은 다음과 같다. 총선 며칠 앞이라고 친절하게 날짜까지 박아 기사에 넣었다.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서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2015년 6월 25일 총선 D-293)",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2015년 11월 10일 총선 D-155)" "우리 가족과 자식들과 미래 후손들을 위해 여러분께서 앞장서서 나서주시길 부탁드립니다(2016년 1월 13일 총선 D-91)".
이 발언들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3월 대구 부산 방문이 선거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발언이 뭐가 문제라는 얘긴가. 여당 내 계파 갈등이 있으니 언론이 그것과 결부시켜 선거개입 발언한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론의 해석 차원의 문제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었던 노 대통령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마부작침이 동영상으로 소개한 노 대통령의 발언 몇 개만 보자.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 (17대 총선 D-57 경인지역 언론사 기자회견, 2004년 2월 18일)"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에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을 노무현 뽑았으면 나머지 4년 일 잘하게 해줄 거냐, 아니면 흔들어서 못 견뎌서 내려오게 할 거냐라는 선택을 우리 국민들이 분명히 해 주실 겁니다.(2004년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기자회견, 17대 총선 D-51)".
다른 해석이나 이견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특정정당 지지, 선거개입 발언, 대국민 협박성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박 대통령의 발언은 보통의 상식적인 발언이다. 선거에서 진실한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 국민을 배신한 정치를 심판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가족과 자식의 미래를 위해 당부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이런 상식적인 발언을 언론이 여당 내 상황과 결부시켜 진실한 사람, 배신의 정치가 선거개입이 아니냐고 온갖 주석을 달아 해석한 것이다. 대통령이 그런 해석을 하지 말라고 언론에다 요구할 순 없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그걸 일일이 지적하고 반박하는 것이야말로 언론자유에 간섭하는 행위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동한 SBS, 공식 입장 밝혀라
SBS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당을 지지해달라는 2004년 발언들만 가지고 바로 탄핵으로 이어진 줄 아는 모양인데 그게 아니다. 노 대통령은 자기 위치를 잊고 틈만 나면 대놓고 열린당 선거운동을 했다. 선관위는 2004년 기자회견 발언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니 자중하라고 경고했지만 대통령은 그 경고를 무시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선관위 경고를 받은 건 그해만이 아니었다.
2003년에도 당선 1주년 기념행사에 가서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도와주는 것'이라고 선거 운동했다가 이미 선관위로부터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고도 또 이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 선거운동을 하다 위법 행위로 경고를 받은 것이다.
노 대통령의 탄핵사건은 이렇게 대통령의 의도적 위법행위, 노골적 헌법무시와 같은 것들이 쌓이고 쌓여 폭발한 것이지 말 몇 마디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이런 일을 겪고도 노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몇 달을 앞두고 또 선거개입 발언을 했다가 선관위로부터 선거법위반 지적을 다시 받았다.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은 거의 고질병 수준이었다.
선관위는 SBS가 트집 잡은 박근혜 대통령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아무리 정치적인 해석이 따라도 대구 부산 방문 역시 대통령의 통상적인 정치행위 범위 안에 있는 것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행위와는 비교가 안 되고 비교해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SBS 기자는 박 대통령의 일부 발언을 노무현 대통령이 저지른 선거개입 차원으로 탄핵사건과 터무니없이 결부시켰다. 총선 코앞에서 이런 엉터리 기사로 탄핵 운운한 기자와 이 기사를 당당하게 뿌린 SBS의 행위야말로 선거개입이고 여론을 선동하려는 어떤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
방송용은 아니라지만 SBS가 이런 황당한 기사로 대통령을 비판 아닌 공격하는 행위는 언론권력의 남용이다. SBS는 마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연상시키려는 듯한 이 엉터리 기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 내부에서 게이트키핑이나 데스킹을 거친 기사인지도 해명이 필요하다. 그게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SBS가 국민에게 보여야할 최소한의 도리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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