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추격중인 정세균, 지지율 10%p 안팎 차이 1.6%p까지 좁혀
'지지율 6.4%' 국민의당 박태순, 완주 의사 밝히고 있어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노무현·이명박 전직 대통령 2명 등 거물급 정치인들을 배출해온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가 이번 4·13 총선에서도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선 서울시장을 연임한 경력이 있는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 지역구 현역의원으로서 6선에 도전하는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라는 대선주자급 후보가 초(超)접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국민의당과 정의당에서 각각 박태순, 윤공규 후보가 가세하는 등 종로에만 총 10명의 후보가 결전을 앞두고 있다.

기호 1번의 오 후보는 변호사 출신으로 2000년 16대 총선 때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후보로 서울 강남구을에서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17대 총선 불출마 선언 후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일명 '오세훈법'(정치자금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했다.

2006년과 2010년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발(發) '무상급식 정국'에서 18대 대선 불출마와 시장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무상급식 찬반을 주민투표에 부쳤다가 투표율 저조로 불발된 후 2011년 8월26일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16~18대 총선에서 내리 3선을 한 박진 전 의원과 치열한 당내 경선을 치른 뒤 승리하며 5년만에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존 여권 차기 대선주자 1위였던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급부상했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직을 하며 쌓은 시행정 경험과 '생활 밀착형 공약'을 강조하며 지역 공약으로 ▲신분당선 연장선 조기착공 ▲자연경관지구 재건축 규제완화 ▲뉴타운사업 불가지역 개발지원 ▲채석장 공간 문화복지시설 설립 등을 내세우고 있다.

   
▲ 20대 총선 서울 종로구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사진=각 후보 공식사이트 캡처


기호 2번을 달고 '수성'에 나선 정세균 후보는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 15대~18대 총선에서 전북 진안군무주군장수군임실군에서 내리 4선을 한 뒤 종로에서 5선에 성공한 야당의 대표적 중진으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장과 민주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정 후보는 '삶의 질 1번지 종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동부지역 도시재생사업 완결 ▲서부지역 신분당선 내년 착공 ▲학교 화장실 '석면 ZERO' 실현 ▲북·서촌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등을 지역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 후보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52.3%의 득표율로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45.9%)를 꺾고 승리했지만, 이번 20대 총선에선 오 후보를 추격중인 상황이다.

서울경제가 의뢰하고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이달 2일 종로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3%포인트) 오 후보는 41.5%, 정 후보는 39.9%의 지지율을 얻어 1.6%포인트의 근소한 격차를 냈다.

이는 직전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줄어든 수치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9~20일 실시, 22일 발표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선 오 후보(43.3%)가 정 후보(33.9%)를 9.4%포인트 앞서간 바 있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 지난달 18~20일 실시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0%포인트)에서도 오 후보(45.1%)는 정 후보(32.6%)를 12.5%포인트 앞서고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날 발표에서 드러난 초접전 양상이 유지될 것으로 가정한다면 야권 단일화 여부에 따라 '캐스팅 보트'가 될 수도 있는 박태순 국민의당 후보(지지율 6.4%)를 향한 표심의 향방이 주목된다.

다만 이날 부로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돼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후보 사퇴사실을 용지에 명시할 수 없어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고, 박 후보측이 자당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후보단일화를 촉구해 온 정 후보는 선거 직전까지도 단일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 출연해 단일화 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박 후보에게) 단일화를 하자고 수차례 메시지를 전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진전은 없다"면서도 "저는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를 향한 '견제구'도 날렸다. 그는 지역구 민심에 대해 "국정 운영에 있어 당연히 더 큰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있다"며 '정권심판론'을 언급한 뒤 오 후보의 지지세가 높다는 관측엔 "종로 민심에선 기세라고 할 만한 그런 특별한 느낌이 없다"고 일축했다.

오 후보가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한 것에 대해선 "서울 시장을 두 번 했으면 지지율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다"면서 "여권 대선후보군이  워낙 부족하니까 오 후보같은 신인이 일시적으로 주목받는 것"이라고 치부했다.

또한 "종로라고 하는 데는 이름 좀 알려졌다고 해서 구민들의 지지를 받는 동네가 아니고 상당히 까다로운 곳"이라며 "(선거) 판세는 제가 당연히 우세로 간다"고 자신했다. 반면 오 후보는 "지금 반응이 나쁜 건 아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고 몸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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