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연대로 세력화 꾀해…'배신의 정치' 넘어 '오만의 정치'로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금수저' 정치인 유승민 의원의 입이 독해지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유승민 의원은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자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유승민 의원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공천에서 탈락한 류성걸, 권은희, 조해진 후보 지원에 잇달아 나서 박근혜 정부와 날을 세우는 동시 무소속연대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 의원은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소속 연대로 세력화를 노려 '자신의 정치'를 이뤄보겠다는 대망으로 보고 있다. 무소속 연대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는 유 의원은 새누리당의 '무소속 복당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연일 지원 유세에서 당선 후 새누리당 복당을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존영도 그대로 이용하겠다고 고집했다.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은 '무소속 복당 금지령'을 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 의원이 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피해자로 포장하는 동시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배신의 정치'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포장하고 '자기의 정치'를 '박근혜 마케팅'으로 덮어 유권자를 현혹한다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5일 자신과 함께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창녕·의령·함안)의 두 번째 지원 사격에 나서 "(조해진 의원) 새누리당에서 가장 개혁적인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왜 공천을 못 받냐"며 "잘못된 공천을 이제 당에 호소해야 소용없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 4.13 총선 대구 동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시 동구 용계동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앞에서 지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의원은 이날 오전 경남 함안 칠원읍에서 열린 조 의원 지원 유세에서 "제가 원내대표 시절 삼고초려해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로 모셨다. 당의 개혁과 국회 개혁을 위해 열심히 했다"며 "그러나 그 결과는 오늘 이렇게 저희 둘이 무소속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새누리당 공천을 비판했다.

이어 "여러분이 조해진을 뽑아주면 제가 조해진과 손을 잡고 국회에 가서, 우리 새누리당으로 돌아가서 당의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고 한국정치가 군림하는 정치가 아니라 오직 국민만 떠받드는 정치가 되도록 우리 둘이 앞장서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4일에는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정태옥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권은희(북구갑) 후보 지원에 나섰다. '권은희 구하기'에 나선 유 후보는 이날 팔달시장, 산격시장, 동대구시장 등에서 지원유세에 나서 지지를 호소했다.

권 후보 지지유세에 나선 유 후보는 "대구 시민들은 양반이라서 화를 자주 내지 않는다. 우리 시민들이 1996년 총선에서 한번 화냈다"며 "20년 만에 분노의 투표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당시 대구 13개 지역 가운데 자유민주연합 소속 당선자가 8명 배출되는 등 집권 여당이 대구에서 참패했던 선거를 뜻한다.

이어 "지난 4년 동안 국회에서 대구와 북구를 위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권은희가 왜 공천을 못 받았나"라며 "당선시켜 주시면 새누리당의 잘못된 것을 저희들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공천 불복종은 당의 탓이고, 당선 되면 복당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달 31일에는 무소속 류성걸(동구갑)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유 의원은 "이번 총선은 대구의 미래와 대구의 자존심을 세우는 날이기에 단 한 분도 빠지지 말고 투표장에 가셔서 1번, 절대 1번을 찍지 말아 달라"고 외쳤다.

유 의원은 류성걸 후보와 맞붙는 정종섭 후보를 겨냥 "동구갑의 기호 1번 후보로 출마하신 분은 류성걸 후보와 경북고 57회 동기이고 2학년 때 한 반으로 저 같으면 절대 출마 안 한다"며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라 해도 절대 출마 안한다"고 정 후보를 비난했다.

유 의원은 독해진 반격자의 모습을 보이면서 보폭도 대구를 넘어 경남 조해진 후보로까지 넓히면서 자기 사람들을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유 의원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연대를 통한 자기 세력을 확장해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유 의원의 자기 정치는 뿌리가 깊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며 박근혜 정부에 반기를 든 것이나 국회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과의 짬짜미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때인 1998년 외환위기 시대의 재벌 빅딜에 대해 "정부의 강압적 수단을 배제하고 구조조정을 향한 재벌 간의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입장을 비판하다 당시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로 옮겼다. 2012년에는 당명 개정 반대, 2014년에는 "청와대 얼라"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사사건건 돌출행동을 한 유승민 의원의 배경에는 금수저 출신의 이상주의적 성향이 깔려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집권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유 의원이 또 다시 집권당과 각을 세우는 모습에 곱지 않은 시선도 만만찮다. 더욱이 피해자·희생양을 자처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사진과 새누리당 복당이라는 이중적 태도로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자신만의 당선'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할 사람'으로 행동반경을 넓히고 세력화 하고 있는 것도 유승민 의원이 외치는 '정의'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분열과 갈등의 불씨를 키우면서 말이다. 어쩌면 유승민 의원은 지금 배신의 정치를 넘어 오만의 정치로 치닫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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