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갑 경고그림 찬반 '팽팽'…업계, '혐오감' 수위 조절 촉구
[미디어펜=신진주 기자]최근 보건복지부가 적나라한 담뱃갑 경고 그림 시안이 공개되자 관련 업계가 시끌하다.

담배 제조 업체들과 판매 상인들은 경고그림이 지나친 혐오감을 조성한다며 완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 정부가 담뱃갑에 부착하게 될 국내 첫 흡연 경고그림 시안 10종을 공개했다. /복지부가 공개한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말부터 국내 담배갑에 부착될 합연 경고 그림 시안 10종이 공개됐다. 공개된 경고그림 시안에는 폐암, 후두암, 구강암 등 질병 부위를 적나라하게 담은 모습 등이 포함됐다. 경고그림은 오는 623일까지 확정돼 1223일부터 담뱃갑에 의무적으로 부착된다.

업체들은 지나친 혐오감을 조성함으로써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국담배판매인회 중앙회는 최근 보건당국이 공개한 흡연 경고그림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경고그림의 수위를 조절하고 담뱃갑 하단에 배치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담배 소매상 13만명이 속한 판매인회는 지난 5일 성명을 "혐오스런 흡연 경고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의무적으로 배치해 판매점 진열을 강제하는 것은 흡연과 전혀 관계없는 담배 판매인과 비흡연자들에 대한 시각적·정신적 폭력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끔찍한 그림으로 도배된 판매점은 고객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켜 담배 외의 다른 제품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며, 이는 결국 우리 영세상인의 생존권을 크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 역시 담뱃갑에 적용될 경고그림이 혐오감을 일으킨다고 판단했다. 한 흡연자는 "흡연율을 낮추자는 정부 정책의 의도는 알겠지만, 담배를 사러 들어갔을 때 그런 그림이 있다면 기분이 상당히 안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담배를 구매할 사람은 언짢더라도 살 것"이라고 말했다. 비 흡연자 역시 그림 시안을 봤는데 상당히 불쾌감을 느낄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경고그림의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돼 찬성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해외사례에서도 경고그림이 포함된 포장 적용후 흡연률이 5~9% 정도 줄었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면세점에서 담배를 보면 끔찍한 사진들 때문에 이게 과연 선물인가 하는 생각에 내려놓게 되더라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시작해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결심하는데 도움이 됐음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경고 그림을 담배 가격 인상, 금연구역 설정과 함께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담배 규제 정책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2009년 자료 기준으로 의료비 절감과 사망자 감소에 따른 각국의 편익이 3447억원~4145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KT&G, 한국필립모리스, JTI코리아, BAT코리아 등 4개 제조사가 모인 한국담배협회는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담배협회는 '경고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한 국민건강증진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담배협회 관계자는 "경고그림 시안 선정 절차의 정당성, 혐오도의 적절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법적 대응 등 여러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고그림 시안은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담배협회 측은 이번 시안은 규제 강화 신설에 해당해 시행령과 마찬가지로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함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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