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
연초가 되면 여느 해처럼 올해의 전망과 예측에 대한 자료나 글이 홍수를 이룬다.
대부분 사람들이 연초에 신년운세를 찾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혹시나 하고 들추어 보지만 별게 없다.
같은 어려운 상황에 시작했더라도 연말에 계산해 보면 흑자를 낸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적자를 낸 기업도 나온다. 한날한시에 같은 운을 갖고 태어난 쌍둥이도 전혀 다른 인생경로를 간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처한다할지라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대처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는 기회라 하지 않는가.
올해도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보면 좋은 소식도 있지만 좋지 않을 것 같은 부분도 있다.
미국, 독일, 영국 등 일부 선진국 경제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에서는 벌써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버블을 걱정하기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반면 선진국 중에서도 유럽 일부 국가는 여전히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할 거라는 예측도 있다.
신흥경제권은 몇 년 전의 호황을 다시 구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tapering)의 속도와 에너지 가격변화를 세심하게 봐야한다. 역시 우리에게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과의 교역이나 투자규모가 가장 크다. 중국의 작은 변화도 우리 경제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위안화 절상이나 구조조정의 속도 등 중국 경제전반의 변화를 주시해야 할 것 같다.
|
|
|
▲ 우리 사회가 급속히 늙어가고 있다. 고령화 청년실업 신성장동력 등 국가적 이슈에 대한 해법을 찾는데 무력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의특유의 강점인 역동성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시민단체들이 청년고용확대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면. |
정치적으로는 동북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우리나라간 신경전이 계속 될 것이다. 별 일은 없겠지만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되면 관계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아직도 열리지 못하는 것이 이제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한국, 일본, 중국 모두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서구와는 달리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나라들이다. 자주 만나지 못하면 그만큼 소원해 진다. 일본은 여전히 우리에게는 배울 게 많은 나라다.
세계 경제가 좋아 진다고하니 우리 경제도 덩달아 좋아질 거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일색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난제가 적지 않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 줄지 않는 청년실업, 성장잠재력의 저하, 신 성장동력의 부재, 늘어만 가는 국가와 가계부채, 방만한 공기업의 운영, 점점 이념화되어가는 노사갈등의 문제, 비생산적인 정치권 등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정리되어간다는 느낌이 없다.
한 때는 이러한 다양한 문제를 안고 가면서도 발전해 나가는 우리 사회를 외국인들은 “역동적(dynamic)인 사회”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우리 사회에서 논쟁하면서도 해결하려는 역동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 기업들은 이익을 내면서도 국내 임금이 높아 국내에서 장사하기 힘들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요즘에는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을 아는데도 별 소리가 없다. 오히려 소리없이 국내 사업을 줄이고 해외에 투자하고 만다. 공기업 수장들도 그동안 노조가 임금을 올려달라면 “잡음내지 않고” 올려줬다고 한다. 아무도 문제를 외면하지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우리 경제나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알지만 “왜 내가?”하고 해결하려고 하지 않거나 해결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서거나 변화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어느 샌가 우리 사회가 늙어가고 있다.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내부에서 싹트고 있는 무력감이다.
한국인은 신명나면 제 스스로 뛰는 DNA구조를 가지고 있다. 올해는 그 DNA가 제 구실을 하는 해가 되었으면 기원한다. /박대식 한경연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