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광주지역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선거 막판 반전 효과를 노릴 승부수가 될 수 있을까.
그동안 호남에서 반문 정서가 강한 탓에 문 전 대표의 광주행은 불가능해보였다. 하지만 차기 대권주자로서 문 전 대표가 정면 돌파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당내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의원실은 7일 “문 전 대표가 8일과 9일 호남을 방문한다”면서 “이번 호남 방문은 특정후보 지원보다는 호남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솔직한 심경을 밝혀 지지를 호소하는 ‘위로’와 ‘사과’ ‘경청’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광주에서만 1박2일동안 특별한 형식없이 여러 세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거침없는 질타도 듣겠다”고 밝혔지만 사실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그동안 반대해왔었다. 하지만 호남에서의 지지세가 꿈쩍하지 않자 고육지책 차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은 이 지역 더민주 후보들이 여러 차례 문 전 대표의 방문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고 한다. 김홍걸 광주 공동선대위원장은 “무조건 오면 안되고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민심을 돌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광산 갑 이용빈 후보는 “더민주가 광주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매 맞겠다”고 했다. 광주 북 갑 정준호 후보는 “문 전 대표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단식이라도 해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번 방문에는 김 대표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김 대표는 이날 강원도 원주의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전 대표가 아마 유세하러 가는 건 아닌 것 같고, 자기 입장을 사죄하거나 광주에서 왜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는가에 대해 나름대로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 같다”며 “많은 저항을 받더라도 본인이 달게 감수하겠다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4.29 재보선 참패 이후인 5월 광주를 찾았다가 성난 민심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문 대표가 광주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광주 시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시위대와 마주하는 대신 귀빈실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당시 문 대표가 공항에서 성난 시민에게 큰 절을 올리고, 오히려 시민이 던진 계란에 맞았더라면 진정성을 인정받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정면 승부했더라면 지금에 와서 광주행을 놓고 노심초사할 일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당시 문 전 대표가 이런 정치공학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복잡한 정치적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결국 문 전 대표의 정치적 경험 미숙으로 벌어진 일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문 전 대표의 광주행이 발표된 이날 김종인 대표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 선거지원과 관련해 SOS를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남양주 갑을병 후보 공약발표에 참석해 “전국 후보들이 손 전 고문의 후원을 원하고 있다”며 “손 전 고문이 선공후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데 오늘 간절하게 남은 기간 더민주를 도와달라고 공식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손 전 상임고문은 같은 날 정약용 선생 180주기 묘제에서 “상황을 잘 모르겠으니까,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다. 더민주는 손 전 고문의 공식 선거 지원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수도권 유세 일정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고문의 행사장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방문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일정을 취소한 일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안 대표도 최근까지도 손 전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간곡하게 도움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고문으로서는 총선 이전이라도 복귀할 절호의 타이밍을 찾게 되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또 김종인 대표가 최근 한국방송기자클럽에서 평소 “당내에 대선주자로 합당한 인물이 없다”고 말해온 것을 재차 인정했던 일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만큼 총선 이후 더민주의 상황이 다시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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