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욕설, 포르노 합법화 잇단 망발…막판 총선 변수 등장
   
▲ 조우석 주필
막말 대왕으로 악명 높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짐승 발언'으로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정창래는 6일 강원 춘천지역 야당 후보 지원유세에서 "사람을 뽑아 달라. 짐승에게 투표하면 되겠나?"는 몰상식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 지역의 경쟁자인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를 짐승이라고 단정한 또 한 번의 막말이다.

그동안 정창래의 거친 입을 비판해 온 김진태 후보의 지역구까지 따라가 해코지를 감행한 셈인데, 그런 '분전'에도 막말 대왕의 자리를 이번엔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 할 듯싶다. 그는 이미 공천탈락이 된 몸이지만, 더 막강한 막말 대왕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청래의 새 라이벌은 초선에 도전하는 정치신인 더불어민주당 표창원(50·용인정 후보)이다. 그는 지난 며칠 새 기독교 비하에 더해 동성애 찬성, 포르노 합법화 발언이 새삼 문제되며 '공공의 적' 반열에 올라섰다. 기독교수연합, 전국학부모·교사연대 등 4개 대표단체와 73개 참여단체가 성명을 통해 표창원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단정한 것도 그 맥락이다.

표창원 영입한 문재인까지 난처해진 국면

어제(7일)만해도 새누리당은 표창원 비판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불똥은 문재인에게도 튀었다. 문재인은 "기독교계가 가장 좋아할만한 도덕성, 품격을 갖춘 보수"라며 표창원을 인재 1호로 영입한 장본인이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서는 등 상황은 자못 유동적이다.
 
놀란 표창원이 자신의 몇몇 발언이 표현의 자유 차원이었다고 발뺌했지만 그렇다고 진정세로 돌아설까? 그의 잇단 막말에는 강한 반(反)주류의 삐딱이 심리가 내장되어 있고, 쉽게 바뀔 기미도 없다. 최악의 경우 표창원이 꼭 4년 전의 상황처럼 '제2의 김용민'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그 경우 이미 코너에 몰려있는 더민주가 그를 방어하기 버거운 상황으로 처하는 것도 예상된다. 4년 전 총선판을 흔들었던 김용민이 유튜브 동영상의 막말이 문제가 됐다면, 표창원도 비슷하다. 자신이 쏟아냈던 각종 SNS 글과 인터뷰 발언 등이 지금 새삼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미국 여가수 레이디 가가의 한국 공연을 반대하는 기독교를 향한 표창원의 험한 입이었다. 4년 전 자신의 블로그에 기독교를 "나찌", "전체주의", "집단적 광기" 등 최악의 용어를 동원해 몰아세운 것이다. 기독교계와 학부모들은 그걸 중차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였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6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카페문화의거리에서 용인정 표창원 후보 지원유세를 하며 표 후보와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표창원은 SNS에 "한국 기독교는 법 위에 군림?" "난동을 선동하는 이들"이라는 글까지 남겼는데, 그것도 문제다. 물어보자. 표창원과, 기독교, 누구의 판단이 옳을까?  공연 중 동성 사이의 섹스를 묘사하거나, 용으로 표현되는 사탄과의 성행위 장면 혹은 인육을 먹는 무지막지한 퍼포먼스가 속속 등장하는 레이디 가가의 무대에 대한 걱정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그런 한국사회의 비판 자체를 싸잡아 공격한 표창원이 문화와 예술에 너그러운 멋쟁이일까? 아니면 과연 그가 교수(경찰대) 출신의 교육자가 맞느냐는 기독교와 학부모의 항변이 정당할까? 더욱이 지난 1~2년 새 반(反)동성애 구호 아래 똘똘 뭉친 한국 기독교의 변화된 분위기 속에서 '공인 표창원'은 위험인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그는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무모함도 보였다. 지난 달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포르노 합법화를 단도직입적으로 찬성한다"고 발언했다. 표창원의 대응도 한참 늦었고, 진성성이 없었다. 자신이 쏟아냈던 글과 발언을 슬금슬금 삭제하기 바빴지만, 설득력 있는 사과는 없었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회나 성도들의 명예나 신심을 손상케 한 언행이 있었다면 반성하고 회개한다"고 언급했으나 말뿐이었다. 일테면 동성애에 대한 입장에는 "찬성이냐 반대냐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은 채 몸을 숨겼다.

경찰대 교수 출신 표창원은 '위장 보수'

사실 그는 정치적 정체성이 애매한 위인이다. 그는 새누리당을 "사이비 보수"라는 비판도 했는데, 그 발언도 여당을 자극했다. 당초 표창원 자체가 스스로를 보수로 포장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3년 전 <보수의 품격>(비아북 펴냄)이라는 단행본까지 펴냈다. 지금 인터넷서점 예스 24에 떠있는 저자 소개가 가관이다.
 
"대한민국 경찰학 박사 1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지난 10여년 동안  굵직한 범죄사건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그가 등장했다. 그런 그가 지난 대선 정국 때에는 당사자로서 이슈에 휩싸였다. 일명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일어나자 경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경찰대 교수직을 사퇴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위장 보수'로 분류되는 표창원은 "진정한 보수라면 친북좌빨 주장은 집어치워야 한다"고 외쳐왔고,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정의는 진실과 화해"라고 밝혔다. 그걸로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아왔지만, 이번에 숨겨진 '막말 대왕'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그 책에서 말한 "보수의 혁신을 통해 중간지대 혹은 제3의 길"이 운동권 정당 야당의 공천 받아 국회의원이 되려는 것이었나를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더욱이 그는 논문 표절로 악명이 높다. 유학했던 영국 엑시터대학교 박사논문이 문제인데, 표절만큼 그의 대응 자체도 지저분했다. 얼마 전 미디어워치가 이걸 문제 삼자 총 세 번의 입장변화를 보인 바 있다.
 
당초엔 미디어워치에 "고소" 운운하며 전면부인하다가 이걸 바로 뒤집었다. 논문표절을 사과했다가, 시간이 흐르자 다시 인용오류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당초의 입장변화는 추가 논문표절이 발각되어 공론화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그걸 다시 번복한 건 방송인 김미화, 서울대 교수 조국 등과 같이 표절의 전면부인이 차라리 낫다는 전략적 판단의 발로인 것으로 보였다.
 
내 판단에 표창원은 위험인물이 맞다. 정의사회를 부르짖으면서 대한민국에 손가락질을 하는 이중성도 그렇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쏟아내는 것도 심성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은 탓이다. 그런 그가 '막말 대왕'반열에 오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정치신인다운 겸손함과 대오각성을 기대할 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총선을 크게 망치고, 자신의 정치입문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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